홍콩ELS 관련 배상 부담에도 금융지주 주주환원율 일제히 상승
KB금융, 주주환원율 38.6% ‘업계 최고’
“축적된 자본 바탕으로 주주친화 정책 강화 가능”

4대 금융지주 주주환원율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4대 금융지주 주주환원율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다른 분쟁조정안이 마련되면서 은행권의 배상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자 배상에 따른 은행들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전날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한금융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기말 주당배당금 525원을 결의했다. 기지급한 분기배당 1575원을 포함하면 연간 배당금은 주당 2100원으로 전년(2065원) 대비 35원 올랐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취득·소각 금액을 포함한 신한금융의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36.0%로 전년 대비 6.0%포인트 상승했다. 신한금융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올 1분기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결정했는데 이를 반영하면 주주환원율은 36.3%로 높아진다.

KB·우리·하나금융지주 등 지난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던 금융지주들도 일제히 주주환원을 확대했다.

KB금융지주는 주총에서 기말 배당금으로 1주당 1530원을 결정하고 이미 지급된 분기배당 1530원을 포함한 총 3060원을 연간 배당금으로 확정했다. 이는 2022년 2950원 대비 110원 증가한 금액이다.

이로써 KB금융의 연간 주주환원율은 37.5%로 전년(33.0%) 대비 4.5%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약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하면 총주주환원율은 38.6%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주당 1600원을 현금 지급하기로 했다. 분기 배당금 1800원을 포함한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3400원으로 전년(3350원)보다 50원 많은 금액이다.

연간 배당금에 지난해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하면 하나금융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33%로 전년(27%) 대비 6%포인트 올랐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결산 배당 640원을 포함해 지난해 연간 배당금을 1000원으로 결의했다. 연간 배당금 자체는 지난 2022년(1130원)보다 130원 감소했으나 지난해 지주사 전환 후 처음 실시한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하면 총주주환원율은 33.7%로 2022년(26.2%)보다 7.5%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은행권에서는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대두되면서 투자자 배상과 관련한 은행들의 지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손실률 50%, 배상률 40%를 적용하면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6개 은행의 투자자 손실 배상액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ELS 손실 배상으로 인해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예상과 달리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주주환원을 강화했다.

ELS 배상 부담에도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확대할 수 있었던 건 은행들의 높은 자본비율과 충분한 이익 규모가 뒷받침된 덕으로 분석된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이 진행되면 배상 규모 자체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축적된 자본 덕분에 손실 배상에도 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상당폭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B금융 외에는 충당금 감소나 비이자이익 증가 등 기타 개선으로 만회 가능한 수준의 손실”이라며 “KB금융은 4.6%의 영업이익 감소가 전망되나 주주환원책을 크게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고 바라봤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도 “현재 대형 시중은행의 높은 보통주 자본비율과 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은행의 주주환원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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