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물량 공세···이커머스 점유율 2위 등극
국내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 여전히 적자 시달려
11번가, 전 직원 대상으로 두 번째 희망퇴직 단행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유일한 흑자 이커머스 쿠팡이 유통 제패에 나선 가운데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가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큐텐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에 이어 AK몰 사업권 확보에 관심을 두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11번가, SSG닷컴과 같은 국내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의 생존 게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C-커머스 中알리익스프레스로 시작된 경쟁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사업계획서에는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3년간 11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2년간 국내 이커머스 월간활성화수 비교. / 표=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2년간 국내 이커머스 월간활성화수 비교. / 표=김은실 디자이너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지원하는 것에 1억달러(약 1316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오는 6월에는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개설할 계획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이용자수는 818만명으로 기존 2위였던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 2억달러(약 2600억원)를 들여 연내 총 18만㎡(약 5만4450평) 규모로 물류창고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컬 리가 가진 물류창고 중 가장 큰 경기 평택시 물류센터(약 20만㎡)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에 알리익스프레스 물류센터가 생기면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돼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쟁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그간 문제로 거론된 소비자 보호에도 1000억원 투자하기로 했다. 우선 300명의 전문 상담사가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식 개설해 소비자 불만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가품 의심 상품도 걸러내고 한국 브랜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데만 100억원을 투입한다.

/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알리익스프레스는 최저가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1000억 페스타’에서 총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고 선별한 인기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선보였다. 인기 상품을 1000원에 판매하는 타임 세일 상품이 큰 인기를 얻으며 품절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큐텐의 이커머스 확보, 토종 기업 생존 갈림길

이같은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량공세에 국내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해외직구로 인한 피해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에서 중국 직구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인식하는 응답이 80.7%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인 11번가, G마켓, SSG닷컴, 롯데온 등은 수년째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적자 폭을 크게 줄였지만 1258억원의 손실을 냈다. 11번가는 매물 1조원대에서 5000억원 아래로 절반가량 줄었음에도 적극적인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 작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SSG닷컴도 지난해 1030억원의 적자를 냈고, G마켓도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온 역시 지난해(-1559억원)보다 적자 폭을 크게 줄였지만 여전히 851억원의 손실을 냈다. 롯데쇼핑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이커머스 사업부 상품 이익 개선과 운영비 절감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결국 11번가는 오는 29일까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희망퇴직 신청은 지난해 말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말 11번가는 만 35세 이상이면서 근속 5년차 이상 직원이 희망퇴직 대상이었지만, 이번에는 대상을 전체 직원으로 확대했다. 수익성 개선 차원이라는 것이 11번가 측 설명이다.

국내 이커머스들은 올해 기조를 수익성 개선으로 잡으면서 자구안 마련에 한창이다. 매출 증대보다는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동시에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막대한 자금을 부으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자 이커머스 시장이 다시 재편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적자를 줄이는 것이 이커머스의 목표였는데 요즘은 적자 개선과 함께 중국 이커머스를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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