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사태로 급등했던 SCFI, 6주 연속 하락세
올해 선박 공급 6∼7% 증가···수급 불균형 요인 작용
"호황기 '효자' 역할 초대형선, 불황기엔 걸림돌"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홍해 사태로 운임 상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호재를 맞은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이 1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해운 운임이 안정 단계에 접어들면서 해운업 업황이 ‘반짝 호황’으로 끝이 나는 분위기다. 

매각 적기였던 호황기에 하림그룹의 인수가 불발된 뒤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재매각 시기를 조율 중이다. 해운동맹 재편 등 대외적 변수로 글로벌 해운업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업황까지 불황기로 접어들면서 HMM의 새 주인 찾기 과정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SCFI 하락 6주째···해운업 ‘다운사이클’ 진입?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40.35P 내린 1732.57P로 집계됐다. SCFI는 6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올해 고점(2239.61P) 대비 500P가량 내렸다.

글로벌 해상운임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親)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을 공격하며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홍해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길이 막히면서 이집트~수에즈 해상 운임이 상승했고, 글로벌 운임도 덩달아 올랐다.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가 마르면서 파나마운하청(ACP)가 선박 수 제한에 나선 영향도 있다. 파나마 운하는 근처 산 정상에서 가져온 물을 가둬 수위가 높아지면 배가 산을 통과하는 구조다. 20년 만의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 이용 선박은 지난해 하루 40척 수준에서 지난달 20척 안팎으로 반 토막이 났다.

다만 최근 들어선 급등했던 해상운임이 다시 하락 사이클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나며 쌓여있던 물동량이 해소됐고, 파나마 운하 통행 선박 대수가 조금씩 늘고 있어서다. 우기인 5월부터는 파나마 운하 운영도 정상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상운임 안정화는 물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겐 호재로 작용하지만, 해운업계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코로나19 당시 특수를 누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글로벌 10위권 해운사의 과반인 6개사는 낮은 운임으로 적자를 봤다. 선복량 2위인 덴마크 머스크는 지난해 4분기에만 9200만달러 적자를 봤다. 홍해 사태, 가뭄 등 이슈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어야 운임 상승으로 해운사가 이득을 보는 구조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 컨테이너선 공급과잉 본격화···기약없는 HMM 새 주인 찾기 

산은과 해진공은 업황이 ‘한창 좋을 때’ HMM을 매각하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앞서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매각 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HMM의 새 주인 찾기는 원점에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4일 “HMM과 관련된 재매각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운업황의 불확실성이 매각 당시보다 커졌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호황기에 선사들이 발주량을 크게 늘린 탓이다. 내년 2월 출범을 앞둔 머스크와 하팍로이드의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은 머스크 60%, 하팍로이드 40%의 비율로 모두 340만TEU(290척)의 선복량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펴낸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 및 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컨테이너선 공급량이 물동량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컨테이너선 과잉 공급에 따른 운임 하락 효과가 홍해 사태 등 단기 이슈에 따른 운임 상승효과보다 클 것이란 분석이다.

HMM이 선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초대형 선박 발주 전략도 불황기엔 단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초대형 선박을 다수 투입한 HMM이 지난 호황기 땐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이득을 봤지만, 침체기엔 물량 채우기가 쉽지 않아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HMM은 지난 2020년부터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초대형 선박 20척을 도입한 바 있다. 현재는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이 전체 선복량의 80%를 차지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대형선일수록 항차마다 일정 이상의 화물을 실어 날라야 한다”면서 “해운시장 침체기에는 해상운송 수요에 비해 선박공급이 증가하면 물량을 채우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선사가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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