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머스크와 5위 하팍로이드, '제미니 협력' 새 동맹 맺어
HMM 속한 '디 얼라이언스',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경쟁력 악화 우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 사진=HMM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선복량 기준 세계 제2위 컨테이너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제5위 독일 하팍로이드가 동맹을 결성하면서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 동맹의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자본력이 부족한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한다면 결국 ‘신뢰성’에 문제가 생겨 새 동맹 구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제미니 협력’으로 명명한 새 해운동맹을 내년 2월부터 시작한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의 동맹 결성은 2위 업체인 MSC와 머스크의 이른바 ‘2M 동맹’ 관계 종료를 1년 앞둔 지난 17일 알려졌다.

하팍로이드가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일본 원, 대만 양밍) 동맹에서 탈퇴하게 되면서 이 동맹의 경쟁력에도 타격이 가해질 전망이다. 하팍로이드 탈퇴로 디얼라이언스 동맹의 시장 점유율은 기존 18.4%에서 11.4%로 6%P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로써 HMM은 가장 작은 규모의 동맹에 속하게 됐다. 프랑스 CMA-CGM와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이 속한 ‘오션얼라이언스’ 동맹이 점유율 1위(29.1%) 지위를, 이어 MSC가 2위(19.5%), 제미니 협력(21.7%)이 3위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선사들은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해운동맹을 맺어 점유율을 늘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MSC가 지난 3년 동안 선복량을 50% 이상 늘리면서 ‘치킨게임’을 예고한 가운데, 각 해운사들에겐 선복량 규모에서 나오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문제는 HMM이 새 주인을 찾는 과정서 중견기업인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크고작은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하림은 HMM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300척 규모의 선박을 가진 대형 선사가 되지만, 일각에선 하림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두드러져 화주를 비롯해 글로벌 선사들의 신뢰도를 얻기 힘들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6조4000억원에 달하는 HMM 몸값을 온전히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현재 하림의 현금 보유액은 10조원으로 60%가 넘는 자금을 HMM 인수에 사용해야 한다. 하림이 HMM을 인수할 경우 자금난 등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조원가량으로 알려진 인수금융 규모도 우려를 낳고 있다. 시장에서는 HMM 인수를 위해 팬오션이 대규모 영구채 발행과 유상증자, 자산 유동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수희망가액 6조4000억원 중 약 3조3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른 연간 이자비용은 약 2640억원(금리 약 8%)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팬오션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인 약 42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이자를 갚는데 써야하는 셈이다.

해운동맹 판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우선 하림그룹의 유동성이 안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자구책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얼라이언스라는건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선사가 지향하는 목표나 철학이 유사한 업체끼리 동맹을 맺는다”면서 “이번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도 고부가가치 화물 서비스를 지향하고 선박 운송시간을 준수하는 정시성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맞아떨어지면서 동맹을 맺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림의 이사회 운영 방식, HMM 인수 관련 계획 등을 보면 투명한 거버넌스를 확립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글로벌 해운사 입장선 공통된 목표나 철학을 공유하지 못해 HMM과의 동맹을 꺼리게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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