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조, 18일 국회서 매각 검증토론회 개최
하림 "네덜란드 방문 포럼 참석 위한 것, HMM 협상과는 무관 "
"해수부 매각 관련 중간 발표 따라 대규모 서울 상경 투쟁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하림 김홍국 회장이 HMM(옛 현대상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미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동행 자체가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해지돼야 한다.” (전정근 HMM 해원연합노동조합 위원장)
18일 국회에서 열린 ‘HMM 매각 민영화 대국민 검증 토론회’에서 하림 측이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 하림 측은 김 회장의 네덜란드 방문은 별도의 포럼에 참석하기 위함이었고, 해당 일정은 HMM 인수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노조 측인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 이기호 육상노조 위원장과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정일환 영원NCS무역물류컨설팅 대표,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등 해운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노조 측은 “하림·팬오션 측에 토론회 참석 여부를 물었으나 불참하겠다는 최종 의견을 보내왔다”고 밝혔으나, 하림 관계자는 “토론회 관련 소식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5일간 이어진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팬오션·JKL 컨소시엄은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 3일만인 같은 달 18일 HMM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 위원장은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 김 회장이 윤 대통령과 네덜란드 일정을 동행하면서 직간접적인 향응 등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없다”면서 “해당 일정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영향을 주었기에 국가계약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국가계약법 제5조의2에 따르면 국가기관과 용역 업체는 금품 등을 주고받지 않도록 약정하고, 이를 어길 시 해당 입찰과 낙찰을 취소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다만 하림 측은 김 회장과 대통령과의 동행 일정이 HMM 인수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무역협회와 네덜란드 경제인 연합회가 주최하는 비지니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하림 측의 불투명한 자금조달 계획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하림이 HMM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6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인수 주체로 나선 팬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60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인수 자금은 유상증자와 인수금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본계약을 앞둔 하림 측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 ‘깜깜이’ 인수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게 토론 참가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기호 육상노조 지부장은 “하림지주 계열사 현황을 보면 팬오션부터 20개 회사의 장부 가격이 2조3000억원밖에 안 된다. 가장 큰 자회사인 팬오션도 장부가격이 7540억 정도로 평가된다”면서 “이런 회사들이 인수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모든 인수 과정이 깜깜이 밀실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금력이 부족한 하림그룹이 HMM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HMM의 유보금을 활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수조원대 인수금융을 끌어다 쓴 하림그룹이 연간 2300~2600억원의 이자비용을 지급하기 위해선 HMM의 유보금에 손을 대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하림 측은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내고 “HMM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면서 하림그룹이 HMM의 현금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정면 반박했지만 약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매각 후 산은과 해진공의 사외이사 선임 조건 등을 명확히 하는 등 구속력있는 제어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노조는 이날 해양수산수의 매각 관련 중간보고 내용에 따라 대규모 서울 상경 투쟁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매각 협상 중간보고를 해수부 장관이 한다고 했는데, 중간결과 발표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면서 “집회 시기나 강도, 참여 범위 등은 고려 중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