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SCFI 2300선 진입···중동 영향
선복량 과잉 공급 우려에도 글로벌 선사 운임료 인상 나서
HMM "4~5월 미주노선 계약 갱신 몰려있어"···업계, 급등한 운임 반영 예상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 ‘HMM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기 불황’을 우려했던 해운업계가 홍해 항로 통항 지장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당초 올해 상반기에는 해소될 줄 알았던 홍해 병목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해상 단기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주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국적 컨테이너 선사 HMM도 운임지수 상승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컨테이너 운송 매출 약 35%를 차지하는 미주 항로의 장기계약 갱신이 주로 3~5월 몰려있어 운임 상승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란 분석이다.

◇ “꺾일 줄 알았는데”···해운 운임 6주 연속 올라

13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SCFI는 2305.79을 기록하며 지난 11주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9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2300선에 진입했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코로나19발 특수가 사라진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운임 약세가 본격화했다. 2020년 11월 2000을 돌파한 후 2021년 4000선, 2022년 5100선까지 올라간 SCFI는 지난해 1000선 밑까지 급락했다. 

이 시기 해운업계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장기 불황을 예견했다. 선복량(화물 적재 능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SCFI 반등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팬데믹 호황기에 대량 발주된 선박이 올해 집중적으로 인도되면서 전체 선대 공급 증가율이 7.7%에 달해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같은 업계 예상은 빗나갔고 예견했던 장기 불황 시기도 밀리는 모양새다. 중동 지역의 전쟁과 분쟁 사태가 운임 반등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12월 예맨 후티 반군이 홍해를 점령하자 글로벌 해운사들은 기존 홍해 항로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이때 SCFI는 2000대를 회복했다. 

업계는 이 시기를 ‘반짝 특수’로 보고 고금리 및 경기침체·선박 과잉 공급에 따른 우려를 표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컨테이너선 운임은 공급 과잉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SCFI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이 변수로 작용했다. 최근 두 국가가 상호 공격으로 중동 위기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홍해 병목 사태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수에즈운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3월 말 1700선까지 후퇴했던 SCFI가 2000선을 회복하는 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미국 LA 롱비치항에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미국 LA 롱비치항에 정박 중인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 “오른 운임료, 장기계약 반영될 것”

해운업계는 올해 ‘전쟁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특히 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등하면서 컨테이너 매출 비중이 높은 HMM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HMM 전체 매출에서 컨테이너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82.9%에 이른다. 이밖에 벌크화물 운송은 14.8%, 터미털 운영 매출 비중은 2.3%를 차지한다. 

운임이 급등한 시기에 장기계약 갱신 시점이 몰려있다는 점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주노선의 경우 상당수 장기계약 건의 갱신 기간이 4~5월에 몰려있어서다. HMM의 전체 매출에서 미주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에 이른다. 이 중 50~55%가 장기계약 물량이다.

SCFI는 단기 운임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지만, 장기계약 협상에 있어 기준점이 된다. 계약 시점의 SCFI가 계약금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머스크와 CMA-CGM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도 잇따라 운임 인상에 나섰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마다 개별협상을 하므로 일률적으로 운임 인상을 끌어낼 수는 없다”면서도 “단기계약 운임이 장기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업계는 3분기에 시작하는 해운 성수기를 앞두고 높은 운임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해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통상 해운업계 불황 시기에 보이는 화주와 장기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출혈경쟁 양상도 당분간은 덜할 것이란 예상이다.

HMM은 “장기계약 화주 저변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하도록 하겠다”면서 “지속적인 화주 관리 강화를 통해 향후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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