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애플 신제품 대응하려면 8세대 투자 필수”
올해도 적자 불가피···비용 절감 급급

LG디스플레이의 파주 사업장 전경 /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파주 사업장 전경 / 사진=LG디스플레이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설비 투자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8세대 설비는 애플 OLED 기기 신제품을 겨냥한 라인으로, 기존 6세대 대비 원장 한 장에 2배 이상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다.

25일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투자 필요성을 매년 살폈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했고 최근 다시 8세대 라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라 “투자에 대한 계획이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제품군에 OLED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은 이미 지난해 8.6세대 투자 계획을 공지한 바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높은 재무 부담으로 쉽게 투자를 결정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업계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애플 신제품에 대응하려면 연내 투자 계획을 확정지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을 노린다면 8세대 양산은 2027년에 시작해야 하며 그러려면 못해도 올해 안에는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투자 계획을 잡고, 내년쯤 장비 발주가 들어가면 장비마다 셋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달라서 최소 1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애플도 보통 1년 정도는 신뢰성 평가 등을 한다. 2027년 2~3분기쯤 양산을 시작하려면 올해 안에 대략적인 투자 계획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7년 양산 목표로 올해 투자 계획 확정해야”

애플은 현재 아이폰 시리즈 4개 모델용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받는다. 추가 공급망으로 LG디스플레이에 프로 라인 2개 모델을, BOE에 일반 모델을 맡겼다. 태블릿은 OLED 패널을 처음 탑재하는 아이패드 프로가 다음달 정식 출시 예정인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850만개의 물량을 나눠서 공급하기로 했다. BOE는 아직 품질승인을 통과하지 못해 초도 공급망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의 17인치 폴더블 노트북용 OLED /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17인치 폴더블 노트북용 OLED /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투자를 추진하려면 월 1만5000개(15K)의 캐파(생산능력)를 확보해야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수 있다. 이중 초기 증착라인 투자는 월 7500개(7.5K)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8세대 1차 투자로 가장 합리적인 투자 금액을 고려했을 때 3조~4조원 이상은 투입돼야 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라인에서) 2026년을 양산 시점으로 잡았고, LG디스플레이가 이보다 1년 정도 늦어진다 생각하더라도 2027년에도 (양산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사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비용 효율화 집중···올해 설비투자 45% 축소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오히려 축소했다.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전년(3조 6000억원) 대비 45%가량 축소한 2조원대로 잡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OLE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확정된 자금 규모는 총 1조2925억원으로, 시설자금 4159억원, 운영자금 4829억원, 채무상환자금 3936억원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OLED 공정에 꼭 필요한 증착기 등 고가 장비의 경우 6세대에도 들어가지만 8세대 대면적으로 들어가면 가격이 더 올라가게 된다”며 “폼팩터가 바뀌면 8세대로 가야 하는 건 확실히 맞지만, 패널사에서 재무 부담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2조 51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조 85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올해는 적자폭이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부진 요인으로는 전방 산업이 장기간 침체한 영향도 있지만, 주력 사업인 액정디스플레이(LCD)에서 중국 경쟁사들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최근 LCD 사업을 정리하고, OLED 전환에 속도를 내는 수순이지만, 여전히 LCD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 2년간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경쟁력을 잃으면 안 되겠다고 결의했다. 내부 원가 혁신, 낭비 요소 제거를 통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설비투자) 비용을 1조 5000억원가량 줄였고, 이 같은 노력이 힘을 발휘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내년에는 연간 흑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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