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부강테크와 기술 공동 개발, 사업 전개
미국과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글로벌 파트너사 되는 것이 목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한국은 ‘기후테크’ 시장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기후테크 기술은 인큐베이트 할 수 있는 허브를 만들거나 미국과 파트너십을 맺어 미국 시장을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DAC(Direct Air Capture·공기 중 탄소직접포집)’ 기술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저감을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DAC가 필요하다.

시사저널e는 지난 20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박형건 캡처6 부사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는 지난 20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박형건 캡처6 부사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한다원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캡처6(Capture6)는 경제학자 출신의 에단 코헨-콜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루크 쇼스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국내에서 캡처6는 브릿지인베스트먼트, 소풍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시사저널e는 지난 20일 박형건 캡처6 부사장을 만나 DAC와 기후테크에 대해 인터뷰했다.

박형건 부사장은 외국계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처음 경력을 쌓고, 산업은행에서 2014년까지 근무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선 ‘탄소시장 보고서’를 쓴 경험이 있다. 이후 녹색성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소속되며 기후테크에 본격 뛰어들었다.

캡처6가 개발한 DAC는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다. 공장 굴뚝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CCUS 기술과는 차별점이 있다. 빌 게이츠의 기후테크 투자회사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DAC를 4대 우선 기술로 선정했다. 일론 머스크는 10억톤의 탄소포집팀에 1억달러(1300억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그만큼 DAC는 기후테크 문제 해결책으로 꼽힌다.

기후변화는 크게 기후변화 적응, 온실가스 감축, 탄소 제거 등 세가지로 나뉜다. 박형건 부사장은 “세가지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탄소를 제거하면서 캡처6만의 방법으로 농축수(소금물) 하수처리장이나 담수화시설에서 별도 수처리 과정과 전기 분해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공기 중에 있는 탄소를 포집하는 식으로, 농축수에서 물을 더 추출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탄소 포집을 통해 생성되는 탄소제거권 거래뿐 아니라 공정 과정에서 염산, 염소, 리튬, 수소 등 상업적 가치가 있는 부산물을 생산해 부가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캡처6 DAC 처리 과정. / 사진=캡처6
캡처6 DAC 처리 과정. / 사진=캡처6

한국은 기후테크 관련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기후테크 관련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다. 기후테크 자체는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등이 포함될 정도로 범위가 넓다. 카이스트에서 기후테크 관련 회사를 창업했고, 미세조류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기후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씨엔에스아이엔티(CNS INT) 등이 대표적이다.

박형건 부사장은 “예전에는 기후테크 범위가 넓었지만 이제는 범위를 좁혀서 탄소 제거나 기술의 힘으로 대기 중에 있는 탄소를 포집하는 일명 ‘그린테크 2.0’ 시대가 왔다”면서 “바이오차(biochar) 같은 토양, 무기질 등을 이용해서 탄소를 흡수하도록 하는 숲을 만드는 분들도 생겼다”고 했다.

현재 캡처6는 기후테크 분야에서도 리스크가 큰 분야를 공략 중이다. 그는 “어떤 기업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하다보니 별도 특허 아이디어나 시스템 자체를 최적화해야 한다”면서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물에 대한 품질 기준을 맞추는 등 여러 검증이 필요한데, 그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캡처6는 올해 초 한국에서 물 회수, 탄소 제거를 위한 탈탄소 플랜트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부강테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캡처6와 부강테크의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포집, 담수 회수, 염수 배출 최소화, 녹색 화학물질 추출 등을 하기로 했다. 부강테크는 1995년 한국에서 설립돼 미국과 베트남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다양한 수처리,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을 통합한 광범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캡처6의 탄소직접공기포집 시스템은 소금, 물, 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를 포집하고 탄소네거티브 제품을 생성한다. / 사진=캡처6
캡처6의 탄소직접공기포집 시스템은 소금, 물, 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를 포집하고 탄소네거티브 제품을 생성한다. / 사진=캡처6

특히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석유화학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대산산업단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바닷물을 공업용수로 바꾸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담수화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시설이 위치한 대산임해산업지역은 가뭄과 외부 수자원에 의존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시설은 대량의 온실가스, 연간 17MtCO2e(이산화탄소 환산톤)을 배출하는 산업 공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캡처6가 DAC 기술과 CCS(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을 비채히 탈탄소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박 부사장은 “한국수자원공사, 부광테크 등은 캡처6와 시너지나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 보니 공정 특허 출원 중”이라며 “한국만 보기엔 좁아 글로벌 진출을 위해 중동 같은 곳에서 설계하고 있고 내년 1분기에 착공, 여러 검증을 거친 후 상반기 이후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캡처6는 내부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파트너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로부터 100억정도 되는 과제를 수주했고, 한국도 정부 과제를 같이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도 캡처6의 비전을 다 알고 있고, 한미 협력 사업으로 사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국가 대비 한국은 기후테크 발전에 뒤처져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캡처6에 따르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DAC로 포집한 이산화탄소 1톤에 180달러(약 24만원)의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인프라법을 통해 미국 내 4개 DAC 허브 설립에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투자했다. 일본도 1조엔(약 8조9000억원)의 녹색혁신기금을 운영하며 10개 이상의 DAC 연구개발(R&D)를 지원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한국은 기후테크 시장에 너무 늦게 뛰어들었다”면서 “글로벌 국가와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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