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총서 장인화 포스코 회장선임
본업 회복·미래사업 확장 과제
시장 침체 우려에 "위기는 기회···경기 돌아오면 얻을 게 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프로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프로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재계 서열 5위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수장으로 장인화 회장이 선임됐다. 주요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수요 감소로 부진한 업황이 예견된 가운데 새 수장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포스코는 그룹의 뿌리인 철강 사업의 미래를 도모하면서도 미래 성장 동력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에도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사회의 ‘호화 해외 출장’ 의혹은 여전히 포스코그룹의 사법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문제가 됐던 유영숙·권태균 사외이사가 재선임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될 공산이 크다. 이외에도 노조·지역사회와의 갈등, 정부와 관계 개선 등은 과제로 남았다.

21일 포스코홀딩스 제5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기섭 의장이 장인화 회장 후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21일 포스코홀딩스 제5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기섭 의장이 장인화 회장 후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장인화 대표 선임안, 정기 주총·이사회 통과···포항서 취임식

포스코홀딩스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장인화 신임 회장 후보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장인화 대표 선임안은 전체 의결 가능 주식(7587만6207주)의 43.2%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절반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가결됐다.

큰 이변은 없었다. 포스코홀딩스 정기섭 전략기획총괄, 김준형 친환경미래소재총괄, 김기수 미래기술연구원장 등 사내·사외이사 선임안 등 6개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정기주주총회는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며 30여분 만에 끝났다.

정기섭 사장은 이날 의장 자격으로 주총에 참가했다. 최정우 전 회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정 사장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철강, 이차전지 소재 등 그룹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간 유기적인 협력·협업 체계를 강화하겠다”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확신을 높이고 나아가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장 회장은 주주총회 직후 열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제10대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지난 2021년 포스코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을 떠나 자문역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3년 만의 복귀다. 임기는 3년이다.

이로써 포스코그룹은 지난 2018년 7월 최 전 회장이 수장에 오른 지 5년 8개월 만에 새 수장을 맞게 된다. 장 회장은 이날 오후 경북 포항 본사로 내려가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장 회장은 취임 직후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새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전략으로 ▲미래기술 기반의 초격차 비즈니스 선도 ▲함께 성장하는 역동적 기업문화 구현 ▲신뢰받는 ESG 경영체제 구축 등을 꼽았다. 

장 회장은 “세 가지 전략 방향을 완수하기 위해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철강사업의 초격차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이차전지소재사업은 시장가치에 부합하는 본원 경쟁력을 갖춰 확실한 성장엔진으로 육성하는 한편, 사업회사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취임 후 100일 동안 그룹 주요 사업장을 직접 찾아 현장과 직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신뢰와 창의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직원들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성취를 통해 자긍심을 느끼는 포스코그룹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정지회가 강남 포스코센터 앞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사진=정용석 기자
21일 오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정지회가 강남 포스코센터 앞 현수막을 걸어둔 모습. /사진=정용석 기자

◇ 호화 이사회 논란·노사 갈등·정부 관계 개선, 여전히 과제로

‘해외 호화 이사회’ 관련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포스코그룹의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8월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캐나다 벤쿠버 출장 당시 5박7일 일정에 총 6억8000만원을 집행했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전 회장,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16명은 해당 혐의로 경찰 입건됐다. 이외에도 장 회장은 지난 2019년 포스코 사장 당시 사내이사 신분으로 중국 호화 이사회에 참가해 업무상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황이다. 

해외 호화 이사회, 임단협 등으로 불거진 노조와의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노사 교섭이 결렬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문턱까지 가는 등 당시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오전 포스코센터 입구에선 회사에 진입하려는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정지회와 이를 저지하는 사측 직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조 측은 주주총회가 끝난 뒤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장 회장은) 초호화 해외 출장에 대해 명백하게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노조는 포스코 사내하청 저임금 복리후생 개선,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지역사회와도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포항 지역 시민단체는 지난해부터 지주사 및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을 주장해왔다. 이들은 장 후보자 선임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전임 최정우 체제서 시달렸던 ‘패싱 논란’은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최 전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모든 해외 순방에 동행하지 못했다. 정권 초기에는 업계 안팎서 “용산서 최 회장을 교체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최근엔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앞서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을 반대했지만, 장 회장 내정에는 힘을 실어줬다. 지난 15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사내이사 장인화 선임의 건을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찬성 의견을 내놨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철강·이차전지 쌍두마차로 키운다”

최대 과제는 뿌리 산업인 철강과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 사업의 경쟁력 강화다. 장 회장은 철강을 바탕으로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 부문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 회장은 주주총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는 철강 사업이 기본”이라면서도 “10여년간 노력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쌍두마차로 똑같이 초일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 선임 전 시장서 불거졌던 ‘철강 중심 사업 확장’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케즘’(시장 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기) 시기 도래로 이차전지 소재 시장이 정체기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위기가 기회”라고 답했다. 장 회장은 “위기의 순간에 원가도 낮추고, 여러 가지 경쟁력을 키워 경기가 다시 돌아왔을 때 얻을 게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히 이차전지는 최근 완공된 공장, 앞으로 준공될 공장이 많다”며 “초기에 다잡아서 정상화할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기업문화 변화를 통해 조직의 신뢰를 얻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장 회장은 “지금 포스코그룹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라며 “취임 후 100일간 직원들의 전체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