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비수도권 1639명 등 배정 확정···서울 8개 대학 0명, “편차 해소 위해 경인에 배정”
대전협 등 3개 단체, 회의 열어 대책 논의···25일 교수 사직 확산 분위기, 단체들도 규탄 성명
향후 총파업 돌입 여부 주목, 일선 의사들 투표 전망···“현재로선 파업 가능성 높아” 관측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왔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의 배정 결과를 정부가 발표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대화를 제의한 상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인 2000명을 확정한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현재 의료계에서는 총파업이 거론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0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교육 여건과 지역 의료 현실을 감안,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는데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 숫자”라며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비수도권 27개 대학에는 전체 증원분 2000명의 82%인 1639명을 증원키로 했다. 현재 2023명인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는 3662명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에 배정된 의대 정원을 대학별로 보면 △강원대 132명 △연대 분교 100명 △한림대 100명 △ 가톨릭관동대 100명 △동국대 분교 120명 △경북대 200명 △계명대 120명 △영남대 120명 △대구가톨릭대 80명 △경상국립대 200명 △부산대 200명 △인제대 100명이다. 또 △고신대 100명 △동아대 100명 △울산대 120명 △전북대 200명 △원광대 150명 △전남대 200명 △조선대 150명 △제주대 100명 △순천향대 150명 △단국대 천안 120명 △충북대 200명 △건대 분교 100명 △충남대 200명 △건양대 100명 △을지대 100명이다. 거점국립대 9곳 중 강원대와 제주대를 제외한 7곳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 의대만 있었던 경기와 인천권의 경우 5개 대학에 361명 정원이 배분됐다. 학교별로 보면 △성균관대 120명 △아주대 120명 △차의과대 80명 △인하대 120명 △ 가천대 130명이다. 반면 교육부는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한 정원을 배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에 배정된 정원은 서울과 경인 간 큰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경인지역에 전원 배정했다”며 “서울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3.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근접한데 반해 경기 1.80명, 인천 1.89명으로 전국 평균인 2.23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보건복지부도 의료계와 소통을 계속하는 동시에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국민을 위한 정부의 과업으로서 의료개혁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병원장, 각 의학회, 전공의 등 의료계와 공식 또는 비공식 소통을 계속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 본부장은 전날까지 이틀간 서울 주요 5대 병원장과 국립대병원장을 만나 비상진료체계 이행을 당부하고 바람직한 의료체계 구축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는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을 논의하는 현재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전공의 복귀와 함께 의대 교수들에게 의료 현장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가동된 비상진료체계는 중증과 응급환자 위주로 운영 되고 있다. 전날 기준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는 직전 주(3월 11∼15일) 하루 평균 입원환자 수 대비 약 2.5% 늘었다. 전체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7215명이다. 상급종병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3000여명으로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의 이날 의대 증원 배정 결과 발표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연대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이날 ‘정부는 의대생 2000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통해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대 증원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연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배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충북대 대학본부에서 열린 의대 운영대학 간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의대 교수진들이 간담회장 밖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충북대 대학본부에서 열린 의대 운영대학 간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의대 교수진들이 간담회장 밖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한의학회 역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그간의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 현장 파탄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정부가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에 이어 진료 현장을 이탈한 후 의사를 대표하는 3개 단체가 회의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의 의대별 정원 발표로 사실상 ‘2000명 증원’이 확정됐기 때문에 의사 사회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전국을 다니며 전공의와 의대생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 전공의들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의료계와 대화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의대별 정원을 발표하면서 의료계 분위기는 최악”이라며 “3개 단체 회의에서 가시적 합의안 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대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확정하는 등 의대 교수들 사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고대의료원 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의대생과 전공의와 함께 바른 의료정책으로 향하고자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한다”며 “정부는 2000명 의대생 증원 정책과 교육부 배정을 철회하고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성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전날 저녁 긴급 전체교수회의를 열고 사직서를 취합, 적절한 시점에 동시 제출을 결정했다.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배정 결과 발표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향후 관심은 총파업 돌입 여부다. 이날 개시된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는 후보가 의협 비대위원장과 총파업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물론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원장이 합의하더라도 투표를 통한 총파업 개시와 종료가 규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일선 의사들 의견이 향후 파업 돌입의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최근 상황을 들여다보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크기 때문에 총파업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된다”며 “의료계 입장에서는 총파업을 어떤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진행하느냐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전망했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현재 의사들 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황”이라며 “총파업으로 의사들 단합을 보여주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현재로선 파업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 발표로 2000명 증원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미 의료계 강경파 내부에서는 총파업 날짜까지 거론되고 있어 일선 의사들이 찬성할 경우 파업 돌입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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