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HD현대 조선 계열사 2곳 정기주주총회서 정관 개정
현대미포조선→HD현대미포, 현대삼호중공업→HD현대삼호 사명 변경
'HD현대' 출범 16개월 만 사명 통일···상표권 사용료 증가 예상

HD현대 조선 계열 3사 CI. /사진=HD현대
HD현대 조선 계열 3사 CI. /사진=HD현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지난해 HD현대그룹 계열사 상당수가 ‘HD’를 달며 사명을 변경한 가운데 올해는 HD현대 조선 3사 중 아직 사명을 변경하지 않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사명 변경을 마칠 계획이다. 그룹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이들 조선 계열사에 신규 CI(기업이미지)가 도입되면서 HD현대의 상표권 수입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배당률을 유지해온 HD현대의 배당재원이 확대되면, 지분 5.26%를 보유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받는 배당금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정 부회장의 그룹승계 자금 확보도 한층 수월해지는 것이다.

◇ ‘HD현대’ 정체성 심는다···조선 3사 시너지↑ 기대감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을 위해 정관을 개정한다. 회사는 사명을 기존 현대미포조선에서 ‘HD현대미포’로 변경할 계획이다. 영문으로는 ‘HYUNDAI MIPO DOCKYARD CO., LTD.’에서 ‘HD HYUNDAI SAMHO CO., LTD.’로 변경된다. 

현대삼호중공업도 같은 날 주주총회에서 그룹사 통합 브랜드 구축 작업에 참여한다. 회사는 사명을 ‘HD현대삼호’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조선 부문 계열사 3사 중 HD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는 사명에 ‘HD’가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 주총에서 양사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994년 이후 30년 만에,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사명을 변경하게 된다. 

앞서 HD현대그룹은 지주사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에서 ‘HD현대’로 변경하고 같은 해 12월 그룹의 공식 명칭도 변경했다. 각 계열사 사명에도 HD를 추가했다. 

조선 계열사 사명 변경을 통해 HD현대의 통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외 이미지 개선을 노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주사 사명을 변경한 데 이어 그룹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계열사 사명 변경을 추진 중”이라며 “같은 차원에서 양사 사명 변경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HD현대 조선 3사가 모두 사명에 ‘HD’를 달게 되면서 이들 간 시너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과 같은 계열 조선사라는 점을 알려 선박 수주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사명 관련 통일성을 갖추게 되면서 대외적으로도 ‘HD현대’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게 HD현대그룹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소 사업 벨류체인을 예로 들면서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수소운반선과 수소추진선을,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수소연료전지 관련 전력기기 구축을, 정유 계열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생산과 수소연료전지 발전 등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통합 브랜드 사용은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HD현대’가 업종을 뛰어넘는 수소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으로 인식되게 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따라 HD현대 상표권 수입도 덩달아 증가한다. HD현대는 매년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제뉴인 등의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다. 기존에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양사는 사명에 HD는 넣지 않았지만 새 CI를 도입했기 때문에 HD현대에 사용료를 지급해왔다. 이제는 기존에 내던 현대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와 함께 ‘HD현대’ 브랜드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HD현대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배당금을 크게 늘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 HD현대 수익이 늘면 배당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그간 HD현대는 상표권 수입을 고스란히 브랜드 홍보에 투입했지만, 상표권 사용료율이 재계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 향후 사용료율을 올릴 여지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분당 사옥 임대료 수입도 지주사인 HD현대에 유입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열사의 배당금으로 높은 배당금을 유지하는 HD현대는 지난해 사명변경으로 지금까지 없던 상표사용료와 신사옥으로 임대수익이 올해부터 발생할 예정”이라며 “상표사용료는 연 320억원, 임대수익은 연 400억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HD현대가 늘리는 배당금은 고스란히 오너 일가 재산 증식으로 이어진다. 정 부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 속도도 전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5.26%에 불과하다. 아버지 정몽준 이사장 지분 26.60%를 순조롭게 물려받기 위해선 8000억원 안팎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HD현대 상표권 수입을 늘려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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