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 시장 선전에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
유럽 경기침체 지속에 아프리카·중남미로 영업력 방향 선회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현대의 건설기계부문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가 유럽 주요 국가의 경기침체에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어 지난해 역대 최대 성적을 달성했지만, 현지 인프라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HD현대건설기계의 지난해 매출은 3조8250억원, 영업이익 257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8.8%, 영업이익은 50.8% 증가했다. 선진 시장에서 인프라 투자가 많아지면서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선진 시장은 전체 매출의 38%를 차지해 전년(31%) 대비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인도와 중동, 브라질, 아프리카 등에서도 채굴용 건설장비 판매량도 많아지면서 호실적 달성에 한몫했다. 신흥 시장의 매출 비중은 25%다.
현대건설기계는 공모채 및 은행 대출 차환 목적으로 지난달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모였다. 지난해 실적에 기반해 많은 기관 및 투자자가 회사채 발행에 참여한 것이다. 이를 통해 회사 측은 당초 목표보다 2배 늘린 1200억원을 발행했다.
신용도도 상향됐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현대건설기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한단계 올렸다. 등급 전망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단, 올해 상반기 상황은 녹록치 않다. 특히 유럽 주요 국가에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난해보다 인프라 투자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해서다. 코로나19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피로감이 수년간 누적된 결과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최근 0.9%까지 낮췄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우 1.3%에서 0.2%로 대폭 하향했다. 다른 국가 역시 올해 예산안을 대폭 축소하면서 신규 시설투자에 해당하는 인프라 분야에 대한 자금 투입을 크게 줄이면서 건설기계 수요 역시 감소했다.
중국 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중앙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지방 정부가 자금 사정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실행에 나서지 않아서다. 또한 부동산 경기 위축의 지속에 건설기계를 사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HD현대건설기계의 중국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작돼 경기 및 인프라 투자 회복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건설기계 수요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미 시장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리쇼어링(해외에서 자국으로 생산 시설 이전) 확대 추세에 힘입어 견조한 수요를 유지중”이라며 “그러나 유럽 지역에서는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면 글로벌 건설기계 수요 역시 회복하면서 현대건설기계의 실적 개선도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유럽이 회복할 때까지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프리카 건설시장 규모는 올해 584억 달러(약 78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지 인프라 구축이 활성화되면서 대형 딜러와 손잡고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아프리카 수단에서 대형 굴착기 6대와 22톤(t) 중형 굴착기 36대 등 총 60대의 건설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영업력 집중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신흥 시장에 신규 지사를 설립해 현지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칠레와 멕시코 등 남미 지역에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중동·아프리카에서도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현지 건설기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라인업을 다양화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