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제주용암수,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대
올 상반기부터 중국서 판매···음료 사업 성장 전망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오리온홀딩스가 3대 신사업으로 ‘간편대용식·음료·바이오’를 설정했다. 오리온은 글로벌 미네랄워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로 제주용암수를 인수했지만, 8년째 입지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국내서 제주용암수는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현재로선 해외 시장 공략도 쉽지 않은 상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이 인수한 제주용암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서 제주용암수를 공략하기 어려워진 오리온은 중국 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중국 현지 생수와 비교하면 제주용암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프리미엄급인 에비앙와 비교하면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 3종. / 사진=오리온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 3종. /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2016년 생수 제조사 제주용암수를 21억원에 인수하고 690억원을 들여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이후 오리온은 3년 동안 용암해수에서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을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고, 2019년 11월 오리온 제주용암수를 출시했다.

그러나 오리온은 사업 초반부터 제주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마찰을 빚으며 난관에 부딪혔다.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오리온이 용암수를 중국에서 판매하는 조건으로 취수를 허락했다며, 수출용으로만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국내 판매에 제동이 걸렸고 자사몰, 면세점에서만 제주용암수를 판매했다. 그러나 판매처가 좁아 출시 초반 인지도 쌓기에 실패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생수 시장 점유율은 제주삼다수(43.1%),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12.5%) 등이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 백산수(7.4%), 해태음료의 강원 평창수(3.8%) 등 순이다. 제주용암수 점유율은 1%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를 생수 시장에 안착시키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오리온은 중국 칭다오시에서 가장 큰 음료기업인 청도시영평시장관리유한공사, 청도국서체육문화산업유한공사와 제주용암수 중국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오리온은 중국이 생수 소비가 높은 국가고, 이미 중국서 초코파이로 자사 인지도를 높였다는 이유로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중국 칭다오 2곳과 수출 계약 맺었고 수출 물량이 올해 상반기 내에 출고될 예정”이라며 “음료 사업으로 보면 내부적으론 수출 국가, 생산량 자체가 늘어날 예정이라 음료사업 성장세가 클 것으로 예상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생수 시장은 현지 브랜드인 농푸산췐(农夫山泉)과 와하하(娃哈哈), 에비앙 등이 큰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들은 천연광천수로 분류돼 중국 전체 생수 시장을 쥐고 있고, 국내 브랜드로는 농심 백산수가 빈틈을 파고든 상태다.

특히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인수한 이후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차원에서 2016~2019년 오리온 제주용암수 법인에 785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 외에도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은 각각 220억원, 371억원을 KB증권을 통해 지급 보증했다. 인수 당시 오리온은 제주용암수에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중 1300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제주용암수 및 오리온홀딩스 실적 추이. / 자료=오리온, 표=김은실 디자이너
제주용암수 및 오리온홀딩스 실적 추이. / 자료=오리온, 표=김은실 디자이너

제주용암수는 오리온이 투자한 이후 줄곧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제주용암수는 2019년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20년 45억원, 2021년 30억원 등 적자를 이어갔다. 2022년의 경우 매출도 전년 대비 21%가량 줄었고, 영업손실도 15억원가량 늘었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음료사업 특성상 초기 대규모 설비가 이뤄지면서 회계상 연간 62억원의 감가상각비가 반영되고 있으나 2022년 실적에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을 적용하면 현금흐름상 17억원의 흑자를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오리온이 주력하는 사업은 바이오라는 점이다. 바이오는 오너 3세인 담서원 상무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지난해 말 오리온은 하이센스바이오와 협업해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바이오 시장에 진출했다.

담 상무는 경영지원팀 산하 경영관리담당을 맡아 기획, 사업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담 상무는 그룹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인수 등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오리온이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 지분 25%를 확보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전 세계에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오리온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레고켐바이오 사명을 ‘리가켑아이오사이언스’로 변경할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 이외에도 베트남·러시아·미국·뉴질랜드·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미주와 유럽 대륙까지 음료 수출국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도가 높은 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바이오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고, 오리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로 육성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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