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재 일본 드라마의 성공···한국 배우, 스텝 기용 효과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일본 드라마 ‘Eye Love You’가 연일 화제다. 이 드라마는 일본 방송국 TBS에서 직접 제작하고, 연기파 배우 니카이도 후미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그 상대 배우로 채종협이 캐스팅됐다. 일본 민영방송국 골든 프라임 시간대에 주인공 상대역으로 한국인 배우를 기용한 것은 최초라는 TBS의 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는 CJ ENM에서 일하다가 일본 대학원으로 진학해 미디어 아트를 전공한 차현지 PD가 각본 협의에 참여한 것으로 기사화됐다. 그는 현재 TBS에서 일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태오는 한류 그 자체를 연기한다. 그는 한국 드라마와 K팝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남성의 얼굴을 갖고 있다. 태오는 첫 회에 유리에게 한국음식을 배달한다. 그는 드라마 초반, 주인공 유리에게 다양한 한국음식을 소개하고 심지어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태오와 함께 한국의 호칭문화나 데이트, 플러팅 관습 등도 함께 재현함으로써 일본에서 한류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됐는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태오는 그야말로 새로운 문화를 전달하는 매개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유리에게 애정표현을 하는 태오의 모습들은 실제로 우리에게는 익숙할 수 있으나 한류를 경험한 비한국인들에게는 새롭고 다른 문화일 수 있다. 동시에 태오는 한국 드라마와 K팝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함께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친밀하다. 그리고 이런 친밀성이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몰입의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TBS의 차현지 PD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위에도 한국인 남성과의 연애에 흥미가 있는 일본인 여성이 적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반증하듯 넷플릭스에는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이 데이트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K-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가 제작돼 방송되기도 했다.

로맨스 드라마의 특성상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다. 마음의 소리가 들려 세상에서 상처받고 인간관계를 두려워하는 유리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태오의 등장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를 보는 비한국인 시청자들에게 낭만적 타자의 환상성을 안겨준다. 그러나 멸종 위기 동물을 연구하는 애교 많은 한국인 유학생이자, 연하이면서도 초-남성적인 피지컬로 자신이 가진 사회적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서툰 일본어로 애정을 표현하는 남성은 ‘타자’이기에 낭만적인 얼굴을 할 수 있다.

동시에 이 드라마가 현지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타자를 바라보는 방식이 드라마 내외에서 포용적이라는데 있다. 태오 역의 채종협이 인기를 얻게 된 건, 이 드라마에서 한국인인 태오가 긍정적으로 봉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TBS가 적극적으로 한국인 스탭을 고용해 제작한 점 또한 크게 작용했으리라 사료된다. 단순히 채종협이 한국배우이고, 한국을 소재로 한 일본 드라마가 제작돼 성공했다는데 방점을 맞추기보다, 드라마 제작과정과 결과물에서 외국인이 업무를 하고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콘텐츠에서 재현된 외국인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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