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국내 산업계, 마이크로바이옴 쓰임 다각화
다양한 질병 치료 가능성···신약 개발 확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시장은 블루오션"
"일관성 있고 종합적인 가이드라인 필요"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책임교수./ 사진=최다은 기자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책임교수./ 사진=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속도전이 아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생물의 어떤 기전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야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쓰임이 다각화되고 있다. 고령화와 환경, 에너지, 항생제 부작용 등 인류의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장점들이 부각되면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대사 질환뿐만 아니라 항암제, 비만치료제 등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단어다. 체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이나 유전정보를 뜻한다. 체중의 1~3%를 차지할 만큼 양이 많은 데다, 우리 몸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제2의 장기’, ‘제2의 게놈’으로도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과 지난해에 거쳐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잇따라 승인되기도 했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시장 규모는 2022년 16억6900만달러(약 2조2000억원)에서 2025년 27억5600만달러(약 3조6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김치, 된장, 간장, 청국장, 젓갈, 증편, 막걸리 등의 발효식품이 많은 발효 강국”이라며 “여기에 활용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신산업으로 발전시키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서 충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윤복근 교수는 광운대학교 바이오의료경영학과 책임지도 교수로 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대표, (주)마이크로바이옴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2일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가 시사저널e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최다은 기자
12일 윤복근 광운대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가 시사저널e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최다은 기자

다음은 윤 교수와 일문일답

산업계의 마이크로바이옴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장점은?

마이크로바이옴은 자연적 소재에서 유래됐고, 미생물 자체가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기능성만 확인된다면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농업의 과학화와 식량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기능성 식품 개발과 전통 발효식품의 고품질화도 가능하다. 환경, 인체 시스템, 바이오 경제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치료제, 진단, 헬스케어(Health Care), 식음료(Food & Beverage), 건강기능식품, 뷰티 & 화장품, 농업, 축산, 양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크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과 식물 마이크로바이옴(phytobiome),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레지스톰(resistome)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고령화와 환경, 에너지, 항생제 부작용 등 인류의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의 발달로 질병 연관성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실제 마이크로바이옴이 체내에서 음식물의 최종 분해와 흡수, 약물대사 조절, 면역체계 조절, 뇌와 행동 발달 조절, 감정 조절, 감염성 질환 예방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증명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배경은?

마이크로바이옴이 각종 감염과 항암 및 면역질환, 대사질환, 치매와 같은 난치성질환, 정신질환 등에 혁신적인 치료 기술 중 하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에 유효한 미생물 자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때 장내 미생물 환경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다양한 질병 분야에 활용하면 치료 효능을 높이고, 장내미생물 균형을 맞춰 면역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들이 주목받으면서 신약 연구개발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블록버스터급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나오지 못한 이유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인체에 적용하려면 미생물 균주 간의 작용 메커니즘이 명확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개발된 신약들은 이 작용 메커니즘이 불명확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아직 의약품 수준의 효능을 가진 기능성이 우수한 균주를 다양하게 확보하지 못했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과 다중 오믹스(Multi-Omics) 기술을 통해 이 부분이 좀 더 세밀하게 해결돼야 한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 평가하는가.

업계는 바이오 기술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국내 기업들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력 제고에 몰입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 바이오 기업 간 마이크로바이옴 격차가 아주 크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머지않아 기술력을 드러낼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국내 기업들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한계점은 무엇인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시장은 신약에 대한 작용기전(MOA, Mode of Action) 규명이 불명확해서 상용화까지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따라서 신중하게 신약 개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생물의 어떤 기전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이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관건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전문 인력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면?

제약바이오 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이어 2번째로 인력 부족률이 높은 분야다.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점은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인원 부족을 크게 느끼는 분야는 바이오 공정, 약물감시, 해외사업, 임상개발, 기술가치평가 등의 직무가 있다. 사업개발, 해외 영업, 인허가, 마켓 엑세스 등의 직무에서도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인재 양성 전략이 필요하다.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을 유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재직자 대상의 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협력 연구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을 높이는 유수의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헬스 산업이 성장성이 높고, 지속 가능한 차세대 산업이라고 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을 초기에 장악할 수 있어 빠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즉, 혁신 신약 분야로써 블루오션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대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산업 발전에 큰 마중물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 분야에서 새로운 모달리티(Modality)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향후 대기업들의 참여는 더 늘어날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지원과 제도적으로 개선도 필요한가. 

정부는 2015년부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 연구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기초연구 분야 중심으로 편중된 경향이 있다. 또 병원 기반의 연구를 통한 임상 현장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다. 동물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임상에 다다른 연구과제를 찾아보기 어려워, 과제를 위한 과제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정부의 일관성 있고 종합적인 방향성 제시와 기술 실용화 및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신의료기술 평가 분야 등에 늘 갈급함이 있다. 국내에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가이드라인은 있긴 하다. 그러나 생균치료제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포괄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에서도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나올 수 있도록 임상 의사들의 참여가 더 늘어나야 하고, CDMO 같은 위탁개발 생산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거나 임상 개발을 더욱 장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관심 있게 보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 분야가 있다면?

장내 공생 미생물이 효과적인 항암 활동과 관련된 면역반응을 촉진한다는 많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기능성 균주를 발굴해 면역제를 연구 개발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발효 강국인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에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성 균주를 발견하면 면역제로 개발할 시, 다양한 이점들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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