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활황
지놈앤컴퍼니·고바이오랩·지아이바이옴 등 주목
"부작용 없고 범용성 뛰어나, 원재료 비용도 없어"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이 제약바이오 업계 차세대 치료 분야로 떠오르면서 개발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CJ, 메디톡스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들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가 늘어나면서다. 특히 항암 분야뿐만 아니라, 비만약, 여성질환, 알레르기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임이 넓어지는 추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1호 신약과 2호 신약이 개발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미국 리바이오틱스와 스위스 페링 바이오파마슈티컬스가 공동 개발한 클로스트 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신약 ‘리바이오타’가 미국 식픔의약국(FDA)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지난 4월엔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개발명 SER-109)’의 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 고바이오랩, 지아이바이옴 등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7년 말까지 연평균 54.8% 성장해 14억653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형성된 유익균과 유해균등 미생물 집합체를 의미한다.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표=정승아 디자이너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항암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대표 파이프라인으로 면역항암제 ‘GEN-001’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GEN-001은 위암 환자 대상 머크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와 병용 투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중 환자 모집 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뿐만 아니라 난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자폐증 신약도 개발 중이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항암제가 주력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이지만, 난임과 아토피 피부염 등의 전임상 단계의 후보물질도 보유하고 있다”며 “난임과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전임상 연구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한 뒤 GEN-001 다음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키울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임과 아토피 피부염은 시장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동물 대상으로 효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바이오랩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먹는 ‘GLP-1’ 비만약 개발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KBLP-004’는 항비만 효과를 보이는 3종의 균주를 경구용으로 투약한다. 장내환경 변화를 유도해 비만을 치료하면서 GLP-1 분비를 통해 비만 인자를 제거하는 것으로 약을 디자인하고 있다. 고바이오랩 측은 “면역, 대사, 정신질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어, 순차적으로 개발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뮤노바이옴은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염증성 장질환(IBD) 및 난치성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 ‘IMB002’의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IMB002는 장에 존재하는 수지상세포(DC)를 활성화하고 면역 조절 T세포의 분화를 유도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이다. 회사는 염증성 장질환, 희귀질환을 타깃으로도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지아이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GB-X01’을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최근 국내 임상 1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지아이바이옴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관계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균주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적응증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마이크로바이옴 CDMO 기업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기업들은 생산시설이 확보되지 않으면 임상이 지연된다. 생산 공장을 증설할 자금 여력이 없는 바이오텍들은 전문 CDMO 업체에 임상에 사용할 약물 생산을 맡기는 구조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범용성이 뛰어나다. 또 미생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원재료 비용이 거의 안 든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윤복근 광운대학교 바이오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효능만 검증되면 부작용이 없다”며 “화학성분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하다 보니 범용성도 아주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종균을 발굴해 배양하면 무한정으로 쓸 수 있어 약의 원재료 비용이 없다”며 “2011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해 논문들이 발표됐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은 대사질환, 장 질환, 염증 질환, 호르몬 및 면역질환, 피부 질환에서도 효과를 낸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자원으로써 산업계 활용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기업들의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진출 확대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에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를 이끌어갈 전문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도화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또 국내에선 규제기관의 임상 가이드라인 등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 지난해 식약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이 좀 더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임상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 신청 시 어떠한 자료와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정리한 지침서다. 다만 임상 단계 전인 비임상 시험 가이드라인은 아직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윤 교수는 “미생물 자원 자체는 국내에도 풍부하다”며 “다만 연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간 임상을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임상 관련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대부분의 기업이 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현실”이라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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