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현상 각자 지주 체제로 전환
금호석유·고려아연, 주총서 표 대결···경영권 분쟁 점화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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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효성과 금호석유화학, 고려아연 등에서 오너 일가 및 핵심 주주 간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형제 또는 사촌, 동업자 가문이 함께 한 회사를 공동 경영하는 형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경영권이나 배당 등과 관련한 다툼이 벌어지면서 계열분리나 각자도생과 같은 독자노선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효성은 최근 그룹을 둘로 쪼개는 계열분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기존 지주회사인 ㈜효성을 두 개의 지주사 체제로 분리하는 것이다. 기존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가칭) 등으로 분리되는 지배구조 재편은 오는 7월 1일 예정이다.

기존 효성 지주사에는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등이, 신설지주에는 효성첨단소재를 비롯해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 등 6개사가 속한다.

시장에선 지주사 분할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맏형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직원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형제의 난이 발발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 현재는 분쟁의 불씨가 사라졌지만, 장기간 이어진 법정 분쟁으로 기업 내부적으로 많은 부담과 피로감이 쌓인 상태로 판단된다. 이로 인해 삼남 조현상 부회장에게 계열 분리를 실시해, 조현준 회장과의 분쟁 발발 가능성을 막고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면서 경영권과 관련된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효성 관계자는 “기업 이념 중 하나인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지주사 분할”이라며 “사업 분야에 맞게 지주사 및 계열사를 구분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주주들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금호석유 상무. / 사진=금호석유화학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전 금호석유 상무. /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 측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연일 상대방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며 장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금호석유는 차파트너스가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 손잡고 왜곡된 주장을 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는 기업 비판을 위해 사실과 다른 사례를 제시하면서 정보 이용자를 호도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사회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투명하고 충실하게 수행중”이라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이사회가 박 전 상무 등의 주주 제안을 무시하고 회사 측을 위해서만 기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전 상무 측은 금호석유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 측이 보유한 자사주(지분 18.4%) 전량을 소각하라는 주주제안을 제출한 바 있다. 박찬구 회장 측은 향후 3년간 50%만 소각하겠다며 전량 요구를 거부했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다. 2020년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 사장을 중심으로 후계 구도가 그려지자 본격적으로 경영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이번 움직임 역시 기업 운영에 개입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판단된다. 금호석유와 박 전 상무 및 차파트너스의 자사주 소각 등의 분쟁은 주총 표 대결에서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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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아연 제련 업체 고려아연 역시 경영권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랜 시간 동업을 이어온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집안의 지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양 측은 70여년간 동업 관계를 맺어왔지만 배당 및 정관 변경 등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배당을 전년 대비 5000원 축소된 보통주 1주당 1만50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장형진 고문은 우호세력을 포함해 고려아연의 지분 32.4%를 보유 중인데, 배당금이 너무 적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순이익 감소로 인해 배당을 줄인다는 입장이지만, 영풍은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익이 감소한 것이라며 예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금 지급을 요구 중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이번 주총에서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에도 반대표를 던질 방침이다.

표 대결은 사실상 영풍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지분은 28.5%로 장 고문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도록 정관을 고쳐 우호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것인데, 영풍 측이 이를 저지하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영풍 오너 일가는 주식교환 등을 통해 계열 분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윤범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영풍 등의 지분을 장형진 고문 측에 넘기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받아 불편한 동거를 끝내기 위해 주총을 앞두고 배당과 정관변경으로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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