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김포공항 DF1·DF2 면세 구역 싹쓸이
인천공항 품은 신라면세점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김포공항 면세점을 둘러싼 빅2(롯데·신라)의 경쟁은 롯데가 승리를 잡으며 마무리됐다. 롯데면세점이 김포공항 알짜 구역을 모두 확보하면서 신라면세점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데 실패했다. 지난해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신라면세점은 김포공항을 놓치며 ‘면세점 1위’ 타이틀 확보와도 점차 멀어지는 모양새다.

7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김포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주류·담배 판매 구역 DF2를 운영할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2031년까지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독식하면서 인천공항 면세점의 실패를 털어냈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면세점. / 사진=연합뉴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면세점. / 사진=연합뉴스

이번 롯데면세점이 차지한 김포공항 면세점 DF2 구역은 2018년부터 신라면세점이 운영해온 구역이다. 롯데면세점은 화장품과 향수를 취급하는 DF1과 함께 DF2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김포공항 면세점 모든 구역을 운영하게 됐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DF2 구역 차지를 위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던 이유다.

특히 김포공항 면세점 DF2는 연간 420억원가량의 안정적인 매출이 나온다. 임대료도 인천공항처럼 여객당 임대료가 아닌 매출 연동 방식이어서, 면세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면세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글로벌 매장을 운영한 경험과 뛰어난 주류·담배 소싱 역량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 공항공사와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김포공항 전 품목 운영을 통한 고객 혜택 확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면세점을 모두 롯데면세점이 확보하면서 올해 면세점 빅2 간의 경쟁은 더 과열될 전망이다. 김포공항을 품은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으로 승부를 보는 신라면세점과 앞으로의 매출 격차도 주목된다.

앞서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7월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영업을 종료했을 때 신라면세점이 롯데보다 매출 1047억원을 앞선 바 있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 가운데 인천공항 면세점 비중은 10%였다는 점에서, 신라면세점이 올해 롯데면세점과 얼마나 매출 간격을 좁히는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도 빅2 간의 누적 매출액 차이는 830억원 정도였다.

특히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2%나 감소한 7720억원의 매출을 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297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웠다. 시내면세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탓이다.

신라면세점은 이부진 사장의 뚝심 리더십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직에 오른 이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취임 전 2000억원대 안팎이던 신라면세점 매출액을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5조2045억원까지 9년간 무려 26배 이상 키웠던 이력이 있다.

또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때 직접 프레젠테이션 장소를 찾아 격려하면서 ‘잘 되면 여러분 덕, 떨어지면 제 탓’이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업계 안팎에서 이 사장이 승부사 기질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재빠르게 대응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신라면세점 실적 추이. / 자료=호텔신라, 표=김은실 디자이너
신라면세점 실적 추이. / 자료=호텔신라,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 사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명품 기업인 모에헤네시(LVMH)그룹의 셋째 며느리이자 데스트리 창업자 제럴드 구이엇을 만나며 직접 소통해왔다. 앞서 2010년 이 사장은 인천공항에 루이비통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협상하기도 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부터 인천공항 탑승장 매장을 새단장하고 샤넬 코스메틱을 비롯해 디올 코스메틱, 에스티로더, 랑콤, 설화수 등을 대거 입점시켰다. 하반기에는 인천공항에 수준 높은 명품 브랜드 입점도 예고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한국에서 명품 브랜드들과 가장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인물 중 하나”라면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독보적인 명품 브랜드 유치로 차별점을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라면세점은 올해 인천공항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 엔데믹으로 전환됐음에도 신라면세점은 4분기 적자 폭을 키웠던 터라, 올해는 해외 사업 확장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 공항면세점 매출이 116%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시내점 매출은 61% 감소해, 엔데믹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것이다.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쳅락콕 공항, 마카오 공항 등 3곳을 운영중으로, 올해는 인도네시아 바탐공항에 해외 점포를 추가할 계획이다. 바탐은 인도네시아 3개 관광도시 중 하나이며, 신라면세점이 유일한 바탐의 공항 면세점이 될 예정으로 매출 확보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에 바탐공항에 신라면세점을 오픈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입찰은 모두 김태호 부사장이 프레젠테이션 발표도 직접했고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면세점은 특히 아시아 3대(인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쳅라콕 공항) 공항에서 면세 사업을 운영하는 세계 유일한 사업자”라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국내외 면세점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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