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면세점 대표들 직접 경쟁PT 참여
김포공항 알짜 구역 DF2 놓고 경쟁 심화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전에 국내 대기업(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모두 참여했다. 이번 입찰은 DF2(주류·담배) 구역으로, 면세점 업체들에겐 ‘알짜’로 통한다. 김포공항은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을 도입해 업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포공항 입찰로 국내 면세점 업계 1위 변동성이 제기되면서, 롯데와 신라 간 대결에 관심이 모인다.
23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김포공항 면세점 경쟁 PT(프레젠테이션)가 시작됐다. 앞서 대기업 면세점 4곳은 모두 김포공항 DF2의 구역 신규 사업자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DF2는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3층에 위치한다. 해당 규모만 733.4㎡(약 222평)으로, 주류·담배를 판매한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안서 평가점수와 영업요율 입찰 점수를 합산해 평가할 계획이다. 공사는 종합평점 고득점 순으로 2개 면세점을 특허사업자 후보로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한다. 관세청은 특허심사를 거친 뒤 선정된 업체가 최종 낙찰된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오늘 오후 면세점 특허사업자 후보 2곳이 결정된다”면서 “어느 기업이 될지는 예측불가”라고 밝혔다.
김포공항 면세점은 DF1(향수·화장품)과 DF2(주류·담배)으로 나뉜다. DF1은 현재 롯데면세점이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운영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DF2는 2018년부터 신라면세점이 운영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DF2에 새로 낙찰받은 사업자는 앞으로 7년간 운영가능하다. DF2 구역은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류·담배가 마진이 높은 상품에 속해 알짜 구역으로 통한다. 주류와 담배는 화장품과 향수보다 평균적으로 마진율이 10%포인트(p)가량 높다.
무엇보다 김포공항 면세점은 국내선이 90%에 달해 내국인 수요가 큰 곳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김포공항은 대외변수 영향이 크지 않다. 여기에 2030년까지 신규 면세 특허가 없어 대기업 면세점들이 김포공항 입찰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이날 김포공항 관리동에는 경쟁 PT에 앞서 대기업 면세점 대표들이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먼저 오후 1시9분에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가 모습을 보였고, 이후 김태호 호텔신라 TR(면세)부문장,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가 차례대로 관리동 회의실로 들어갔다. 면세점 대표들은 특별한 언급 없이 경쟁 PT에 참석했다.
경쟁 PT 순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시작으로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입찰은 향후 7년간의 사업권이 걸린 만큼, 각 대표들이 직접 PT에 나섰다. 각 대표들은 20분 발표, 10분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엔데믹 시대로 전환됐지만, 면세점들의 실적 회복이 더딘 만큼 각 기업들은 무리한 베팅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경쟁 PT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기업이 베팅한 규모 역시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의 관전 포인트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이다.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전 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점 업계 1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이 국내 면세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신라면세점과 매출 격차는 접차 좁혀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신라면세점이 이번 입찰에 성공할 경우, 신라면세점이 매출 규모면에서 면세점 업계 1위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업계에선 롯데면세점이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해 시내면세점에만 운영하는 만큼, 새로운 매출처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DF2를 차지해 신세계면세점과의 2위 경쟁에서 벗어나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는 캐세이퍼시픽 협약식에서 “김포공항 DF2 입찰 참여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입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면세점은 매출 3조7488억원으로 1위를 지켰다. 그 뒤로 신세계면세점(2조8558억원), 신라면세점(2조1617억원), 현대백화점(1조6639억원) 등 순이었다.
또 관세청에 따르면 점포별로도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이 매출 2조7582억원으로 1위를 지켰다. 반면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 본점(2조7582억원)이 2위, 호텔신라 보세판매장(2조1301억원) 순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신라면세점이 신세계면세점에 뒤처진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의 경우 DF1를 이미 운영하고 있어 DF1·DF2를 모두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며 “롯데면세점은 DF2로 신규 매출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고, 신라면세점은 이번 입찰로 업계 1위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