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수장'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 7일 '더 배터리 컨퍼런스' 발표 나서
2023년 프로토 샘플 생산·2024~2026 샘플 생산·2027년 양산···대형화는 숙제
LG에너지솔루션 "완성도 높게 준비"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4'에서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정용석 기자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4'에서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삼성SDI가 ‘꿈의 전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전날 공개한 데 이어 구체적인 설비투자 결정 시기를 공개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고체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 규모를 결정하고 오는 2027년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한 건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삼성SDI보다 3년 늦은 오는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경쟁사보다 양산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대로 된 연구개발(R&D)을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회사는 전고체 배터리 외에도 ‘리튬황 배터리’를 차세대 배터리로 보고 연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다수 업체와 공급 논의 중”

7일 오전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인터배터리 2024’ 부대 행사인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4’에 발표자로 나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 라인에 대한 투자 규모를 올해 상반기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공장 건립에 2년여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 고려하면 올해 투자 규모를 확정해야 오는 2027년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수 있어서다.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4 첫날인 지난 6일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샘플 세 종류를 차례대로 개발하고, 오는 2027년에는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고 부사장은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해선 완성차 업체들과 첫 샘플부터 시작해서 약 3년에 걸친 공동개발을 진행해야 자동차에 탑재가 가능하다”면서 “다수의 업체들과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투자 규모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물량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전날 인터배터리 2024 행사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고객사 딜에 따라 실제 양산은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납품한 고객사는 총 세 곳이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해 3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수원 연구소 내 약 6500㎡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첫 프로토 샘플은 지난해 12월 생산됐다. 같은 달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의 컨트롤 타워인 ‘ASB사업화추진팀’을 신설했다. 고 부사장이 사령탑을 맡았다. 해당 팀은 SCM부터 대량생산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삼성SDI는 현재 전고체 배터리 대형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고 부사장은 “첫 프로토 샘플은 20암페어아워(Ah) 정도 되는데, 양산 시에는 90암페어아워 정도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대형화가 큰 숙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4'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4'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 LG엔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늦지만···리튬황·미드니켈 NCM 기대감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일정 공개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같은 날 발표자로 나선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있어)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음극재 소재, 이종 고체 간 리튬 이온 전달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전날 인터배터리 2024에 방문해 취재진에게 “(전고체 배터리는) 미래 기술이다 보니 저희 회사는 완성도가 높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내려고 한다”고 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보다 앞선 2027년 양산을 시작하는 리튬황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 진행사항을 공유했다. 김 CTO는 “리튬황은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면서 “고고도 무인기 혹은 도심항공교통(UAM)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무게 당 에너지 밀도가 많게는 2배 이상 높지만, 수명이 짧다는 단점을 지닌다. 

미드니켈 NCM 배터리의 경우 경쟁사보다 뛰어난 성능을 낼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쳤다. 회사가 주력하는 파우치 폼팩터(배터리 형태)가 다른 폼팩터 대비 경쟁력이 있어 주행거리·안정성·비용 면에서 유리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 CTO는 “미드니켈은 스태킹 방식이 적용된 파우치에 적용하는 게 적합하다”면서 “스태킹 방식은 와인딩 방식보다 단위 면적 당 많은 에너지 밀도 낼 수 있고, 가스 발생 등 배터리 효율을 저하하는 문제도 덜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미드니켈 NCM과 관련해 약 2000건의 특허를 냈다.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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