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배터리협회 주최 '인터배터리 2024' 개최···역대 최대 규모

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전시회에 LG에너지솔루션이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전시회에 LG에너지솔루션이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가 개막했다. 올해 12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579개 기업 등이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전시회에는 477개사가 참가했다.

최근 전기차 성장세가 꺾이면서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침체기) 구간에 진입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아직 뜨거웠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박람회 사전 등록 인원은 4만2872명으로, 지난해(2만4092명) 보다 77% 증가했다.

행사가 열리기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현장 등록을 위한 관람객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행사가 시작되자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배터리 셀, 소재, 장비 업체 이름표를 단 배터리 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을 가득 채웠다. 

배터리 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도 전시회를 찾았다.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배터리 잡페어 2024’ 참가를 위해서다.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이날부터 8일까지 인사담당자 또는 현직자와 1대 1 직무 컨설팅을 진행하는 멘토링 행사도 연다. 

지난해에도 인터배터리 전시회를 방문했다는 대학생 장모(25) 씨는 “오늘 LG에너지솔루션 기업설명회가 있어서 코엑스에 왔다”면서 “오후에는 삼성SDI, SK온 설명회가 있어서 미리 부스를 둘러보려 한다”고 했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곳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 전시 공간이었다. 전시회 최대 규모 부스를 꾸린 국내 1위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좌측에 삼성SDI, 우측엔 SK온이 부스를 차렸다. 각 부스에는 경쟁사 및 협력사 직원들이 방문해 업체들이 자랑하는 신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이 보였다. 해외 투자업체 관계자들이 3사 부스를 방문해 각 사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가기도 했다.

'인터배터리 2024'에서 공개된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셀투팩. /사진=정용석 기자
'인터배터리 2024'에서 공개된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셀투팩. /사진=정용석 기자

◇ 배터리 3사, 셀투팩 기술 주목···LG엔솔, 업계 최초 파우치형 셀투팩 선보여

이번 전시회는 배터리 3사가 최초로 선보인 기술들이 다수 등장했다. 특히 배터리 조립 형태인 ‘셀-모듈-팩’ 구조에서 모듈 단계를 생략한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이 서로 다른 형태로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셀투팩은 중국 CATL이 부피가 큰 LFP 배터리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적용해 온 기술이다. 셀투팩 기술을 적용하면 모듈이 차지하는 공간을 셀로 더 채워 무게는 줄이고 에너지 밀도는 높일 수 있다. 셀-모듈-팩 구조에서는 전기를 저장하는 셀의 비중이 50%정도지만, 셀투팩 공정이 적용되면 셀 비중이 70%까지 늘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최초로 파우치형 셀투팩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 자동차의 하단 뼈대와 비슷하게 제작된 목업(mock-up)에 셀투팩 적용 배터리를 장착한 조형물도 전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CATL이 개발한 셀투팩 기술과 특허 충돌 가능성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딱히 그런 문제는 없다”며 “파우치형은 물론 LFP 배터리 셀에도 셀투팩 기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6일  '인터배터리 2024'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6일  '인터배터리 2024'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LG에너지솔루션은 셀투팩 기술이 적용된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완성차 업체와 셀투팩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많이 논의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기술 적용을 통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전시회 각 부스를 둘러본 뒤 ‘가장 인상깊었던 제품은 무엇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파우치형 셀투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셀투팩이란 이름은 중국 업체가 먼저 썼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냈다”면서 “여태까지 못한 게 아닌 최적화된 것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었다”면서 “경쟁사보다 가볍고 멀리 가면서 경쟁사 수준 원가를 유지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삼성SDI도 실물 크기의 차량 하부구조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셀투팩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파우치형 셀투팩을 선보였다면, 삼성SDI는 주력 폼펙터인 각형을 탑재했다.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셀투팩 기술을 전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S팩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바 있다. 

'인터배터리 2024'에서 공개된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 로드맵. /사진=정용석 기자
'인터배터리 2024'에서 공개된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 로드맵. /사진=정용석 기자

이밖에도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배터리 3사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 로드맵을 공개했다. 오는 2026년까지 샘플 세 종류를 차례대로 개발한다. 오는 2027년에는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급속충전(SF)+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해당 배터리는 기존 SF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는 9% 높이면서 급속충전 시간을 유지하는 특성을 가진다. 음극의 저항을 낮추는 전극 코딩 기술을 적용, 급속충전 성능을 18% 개선했다는 게 SK온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차세대 배터리 개발 의지 ‘활활’

이날 행사에는 주요 이차전지 기업의 수장들이 방문해 자사 부스를 점검하고 타사의 최신 기술을 확인했다. 김 사장을 비롯해 배터리 3사 사장은 전고체, LFP 배터리 등 개발 중인 제품들의 출시 일정 등을 취재진에 공유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오는 2025년 초면 46파이(지름 46㎜) 배터리 양산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구체적인 시기는 고객에 따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내로 46파이 배터리 양산 준비를 마치고 고객사 주문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의 46파이 배터리는 테슬라의 4680과 같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지만, 높이가 80㎜로 정형화된 4680과 달리 지름만 46㎜로 정하고 높이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책정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상반기 천안공장에 46파이 배터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중인 GM 합작공장에서도 46파이 배터리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엔 “지난해보단 늘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석희 SK온 사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석희 SK온 사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석희 SK온 사장은 “내부적으로 LFP 배터리 개발이 완료됐다”며 “고객과 구체적인 협의가 완료되면 2026년쯤 양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온이 LFP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양산 계획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LFP 배터리는 중저가 자동차를 대상으로 해서 시장이 일정 부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이 LFP 배터리를 먼저 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서 많이 하고 있지만 북미 지역 시장 등을 고려하면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LFP 배터리를 해도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블록화하면서 중국산이 미국 역내로 진입하기 힘들어질 것이란 판단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일정 공개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미래 기술이다 보니 저희 회사는 완성도가 높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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