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업가동 목표 내세웠지만 현재 가동 중인 곳 없어
수요처 확보 난항···규제 탓에 충전소 구축 어려워
올해 지차제 중심 수소버스 보급 확대 전망···충전소 관련 규제 완화 기대감

SK E&S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 조감도. / 사진=SK E&S
SK E&S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 조감도. / 사진=SK E&S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액화수소플랜트 가동을 준비 중인 A사는 최근 수소 사업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고자 업체들이 액화수소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예상보다 수요처 확보가 쉽지 않아 사업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A사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액화수소) 생산 시점보다 양산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소 충전소 구축도 수소 생산 시점에 맞춰 이뤄져야 해서 명확한 가동 시점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액화수소 생산시설인 창원 액화수소 플랜트는 하루 5톤(t)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아직 상업생산을 하지 못 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지난해 8월 준공 이후 시운전에 돌입했지만, 정작 액화 수소를 공급할 충전소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액화수소 주요 소비처인 수소버스도 생산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 액화수소플랜트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창원산업진흥원,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하이창원’이 운영을 맡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 공장은 지난해 7월부터 상업생산에 나서야 했다. 하이창원 관계자는 “공장 시운전을 마치고 언제든 상업생산이 가능한 상태”라면서도 “수요처는 점점 늘고 있지만 충전소 구축이 올해 하반기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액화수소는 수소를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해 액화한 것으로 기체 상태인 수소보다 운송 효율이 높고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덕에 액화수소는 차세대 수소 운송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피가 작아 충전소 부지 면적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SK E&S, 효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액화수소 생산 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당초 지난해 모두 상업생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현재 본격적으로 액화수소 생산에 나선 기업은 없다. SK E&S는 지난해 11월, 효성중공업은 같은 해 12월 액화수소 생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줄곧 가동 시기를 연기해왔다. 

SK E&S는 이르면 오는 3월, 효성중공업은 상반기 내 공장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들이 생업생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인프라와 수요처 부족 두 가지다. 

창원 액화수소플랜트의 경우 20여곳의 수요처와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하루 5만t의 생산량을 받아주기엔 부족하다고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수소버스 증가세도 뚜렷하지 않다.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있어 인허가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인프라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 200곳 가운데 액화수소 충전소는 한 곳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액화수소를 공급할 데가 마땅치 않기도 충전소 구축이 되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라면서 “기체수소 충전소 부지에 액화수소 충전소도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공급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부터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주요 소비처인 수소버스 운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올해 166억원을 투입, 수소 승용차 102대와 수소 버스 42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향후 3년 동안 공항버스 300여대를 포함해 시내버스·민간기업 통근버스 등 총 1300여대를 수소 버스로 전환할 계획도 세웠다. 인천시는 올해까지 수소버스 7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수소버스 생산-액화수소 공급-수소버스 운영’ 등 벨류체인을 구축해 수소버스 보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SK E&S는 현대자동차, KD운송그룹과 함께 오는 2027년까지 수도권에서 운행 중인 시내·광역·공항버스 등 1000대를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는 100대가 목표다. 현대차도 올 4월부터 대전 공장서 수소버스를 본격 양산한다.

액화수소 충전소도 본격 개소한다. 환경부는 올해 액화수소 충전소 총 37개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 SK E&S, 효성중공업 3사도 올 하반기부터 충전소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액화수소 유통 활성화를 돕기 위한 규제 완화도 이뤄진다. 현재는 사업자가 한 장소에서 LPG 충전소와 액화수소 충전소를 함께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올해 하반기 ‘액화수소 전주기 안전 기준’이 법제화되면 LPG 충전소 인프라를 활용해 액화수소 충전소를 함께 운영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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