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선도업체 플러그파워, 수익성 문제로 유동성 위기
SK E&S, 생산단가 저렴한 그레이·블루수소부터 생산해 수익성 유리
“수소버스 등 수요처 확보로 수소 사업 기틀 마련”

SK E&S의 인천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 조감도. /사진=SK E&S
SK E&S의 인천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 조감도. / 사진=SK E&S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수소 1등 기업이라고 해서 투자했는데 1년 새 주가가 1/5토막이 났다. 수소 경제는 너무 먼 미래인 것 같다.” 

미국의 대표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놓고 수소 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증가와 함께 정부의 클린에너지 재정 지원이 지연된 탓이다.

글로벌 1위 수소 생산업체가 수익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수소 생태계에 참여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다만 SK E&S 등 국내 수소 생산업체들은 수소버스 등 수요처 확보와 함께 생산단가가 저렴한 그레이·블루수소 우선 생산 등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플러그파워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로 2억8350만달러(약 3750억원), 주당 0.47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순매출도 1억9870만달러를 내면서 플러그파워가 당초 제시한 연간 매출 목표치인 14억달러 달성도 어려워졌다. 

플러그파워는 1997년 설립된 미국 기업으로 수소사업과 관련된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수소 생산부터 수송, 저장 판매, 충전 인프라까지 수소 벨류체인을 수직계열화했다.

플러그파워 측은 유동성 개선 없이는 “1년도 버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플러그파워는 실적발표 후 공시를 통해 “보유 현금과 주식 지분이 향후 1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기에 부족하다”며 “계속기업으로 남기 힘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속기업이란 기업이 반영구적으로 경영 활동을 지속할 능력이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날 플러그파워 주가는 지난 11일 3.53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과 비교해 80% 넘게 폭락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까지 경영난에 휘청이자 수소 산업에 뛰어든 국내 주요 기업의 수익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에만 총 3곳의 액화수소플랜트 가동이 연내 본격화되는데, 사업성이 나올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진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액화수소 생산설비 상업 가동을 준비 중인 SK E&S는 “사업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SK E&S는 내달부터 SK인천석유화학단지에서 연 3만톤(t) 규모 액화수소를 생산한다. 

우선 생산한 수소를 사줄 곳을 대거 확보했다. 수소 수요처는 주로 발전용, 수송용 시장으로 나뉜다. 이 중 최대 수요처로 예상되는 수소버스 등 수송용 시장 공략을 통해 수소 생산량 가운데 상당량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수소버스 보급 확산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SK E&S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에서 운행하는 수소버스에 인천에서 생산하는 수소를 연료로 납품할 계획”이라며 “버스 차고지 등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해 수소버스 연료로 액화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플러그파워와 달리, SK E&S는 그레이수소를 생산해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린, 블루, 그레이, 브라운수소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그린수소는 수소 연료 생산 방식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든다. 반면 그레이수소는 수소 생산 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생산단가가 가장 저렴하다. 또 SK E&S는 SK인천석유화학에서 발생되는 부생수소를 싸게 구매해올 수 있어 생산 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 E&S는 그레이수소와 함께 그린수소 중간단계로 블루수소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소 생태계를 먼저 구축한 뒤 향후 그린수소 생산에 나설 방침이다. 수익성이 나오는 사업부터 진행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블루수소 생산에는 회사가 보유한 천연가스 산업 인프라와 함께 호주 폐가스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이 활용된다. 오는 2026년 연 25만t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