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작년부터 강경 기조 유지···복지부 의료계와 대화 추진, 당근도 제시
상당수 전공의 복귀 유보, 29일 상황 주목···의협, 강경파 주춤 사이 대화 주장 온건파도 나와
의대 교수 정부와 대화에 적극, 의대 증원 350명 제시···정부, 전공의 자택 찾아 복귀 명령 전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진행 중인 의료대란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의료계 3대 세력이 각각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적으로는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구도이지만 구성원 생각이나 속사정을 인지하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28일 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일단 이번 의료대란에 관계된 이해관계자는 대통령실과 복지부, 전공의, 대한의사협회, 의대 교수 등을 꼽을 수 있다. 의료대란 피해자이며 보건의료정책 주역인 환자들은 생명을 위협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세력화 차원의 관련 움직임이 많지 않다. 

용산 대통령실 모습. / 사진=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모습. / 사진=연합뉴스

우선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의료개혁 실천방안의 하나로 인식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한다는 기조 하에 의료계에 끌려다니는 일이 없도록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참패한 직후 국면전환책의 하나로 검토했던 방안이 의대 정원 확대인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정치권 관계자 A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정도이니 대통령실은 이 정책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복지부가 순차적 정책 결정을 주장해 의료계와 논의를 진행한 후 결국 올 2월 초 발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 B씨는 “대통령실이 의료대란에 강경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혹시라도 과거 민주노총 불법 파업에 대처한 연장선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있다”며 “상대와 사례가 다르며 정책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 등을 현명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대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강경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 C씨는 이날 “의협은 의료계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말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며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가시적으로 합의를 이룬 것을 전달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가 수용 가능한 의대 증원 규모로 350명을 제시한 것에 대해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상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대표성 있는 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해야 공식 대화에 나설 것이며 사실상 350명 증원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의 경우 대통령실 강경 기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소 완화된 정책 방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공식적으로 의료계와 접촉하며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만 만들어지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복지부가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근거 중 대표적 사례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다. 법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29일 개최하는 것도 눈에 띄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전공의 복귀 시한을 29일로 제시한 상황에서 의료계가 언제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29일 이후 3일간 연휴가 있지만 복지부가 희망하는 수준의 협의체 구성은 쉽지 않은 형국이다. 현재 복지부 일각에서는 의료대란 장기화에 대비한 흐름도 엿보인다. 협상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3월 4일 이후로 예상되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의사면허정지와 고발 등 사법절차 시행이 관건이다.     

24일 129구급대가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 이송을 완료하고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4일 129구급대가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 이송을 완료하고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파업의 주도세력인 전공의들은 진료 중단 이후 공식 입장 발표 없이 조용한 상황이다. 정부가 연일 29일을 제시하며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하고 있지만 입장 발표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전공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 D씨는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2000명 수치에는 비교적 관심이 적고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하자는 입장이 상당수”라며 “29일이나 이후 상황을 봐야겠지만 일단 상당수 전공의들은 현장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D씨는 “최악의 경우 1년 의사면허가 정지되더라도 쉬면 되고 이 기간 동안 외국 의사고시를 준비하겠다는 전공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29일까지 복귀를 요청하고 있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당일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이날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 자택을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29일 또는 연휴 이후인 3월 4일까지 어느 정도 규모의 전공의가 업무에 복귀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일단 오는 3월 3일 개최되는 궐기대회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이를 앞두고 비대위는 매일 의협회관에서 의료계 입장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의협 비대위 딜레마는 후배인 전공의들이 파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선배들은 무엇을 하느냐는 비판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점으로 파악된다. 다음 주부터 정부가 진료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작 비대위는 총파업에 대비하는 모습을 얼마나 진행하는지에 대해 의료계 강경파가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복지부가 전날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등 5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사법절차를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명확한 투쟁 로드맵을 확정하지 못한 점은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예고된다. 향후 대화를 놓고 정부가 의협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의료계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온건파들은 후배들을 위해 정부와 대화를 갖고 의대 증원 2000명 수치를 수정하자는 현실적 대안도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온건파 중 한 세력을 이룬 의대 교수들은 비교적 정부와 대화에 적극적인 편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가 비대위를 꾸린 다음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과 회동하는 등 대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23일 돌연 사퇴하면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향후 어떤 활동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전날 정기총회를 열어 대학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증원 규모는 350명이라는 것을 발표한 것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이 즉각 반발했지만 향후 대화나 활동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의 양대축인 대통령실이나 복지부는 역학구도상 대통령실이 의료대란 해결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이다. 반면 의료계는 내부적으로 복잡한 구도와 강경파, 온건파로 구분돼 있어 당장 협의체 구성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환자단체 관계자 E씨는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진료와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 다른 것은 관심도 없다”며 “28일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했지만 일단 극소수로 파악돼 29일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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