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제3자 유상증자 허용 목적 정관개정 시도
영풍-고려아연, 초기 정관 작성시 협의한 사항
“고려아연의 일방적 개정 시도는 약속과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모습.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모습. / 사진=고려아연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 측의 날선 공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은 고려아연에 정관을 개정하려는 시도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경영진의 사익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정관 개정이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27일 영풍은 고려아연의 제50기 주총을 앞두고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정관개정 및 배당금 축소에 대한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고려아연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주주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정관 개정의 경우 고려아연은 ‘표준정관’을 따른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영풍은 표준정관이 표면적 이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정관의 신주 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고려아연은 다가오는 주총에서 표준정관에 반영한다는 이유로 기존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을 변경하려 한다.

현행 정관은 ‘경영상 필요시 외국 합작법인’에만 제3자 신주발행을 허용하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삭제하려는 것이 고려아연이 노리는 정관개정의 핵심이라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앞세우는 표준정관은 기업 설립 단계에서 정관 작성시 참고할 수 있도록 상장사협의회 등에서 설정한 기초 가이드라인”이라며 “영풍과 고려아연은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 경영진이 합의해 만들었다. 이를 한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는 것은 약속과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노림수대로 정관이 변경되면 어떤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뤄져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으로 본다.

고려아연은 2022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 계열사 등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연이어 실시해 전체 주식의 약 10%, 자사주 및 맞교환 등으로 약 6%의 지분을 외부에 넘긴 바 있다. 회사 주식을 외부에 넘기는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사태도 빚어져, 정관이 개정되면 이같은 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영풍 측은 예상하고 있다.

배당금 축소에 관해서도 영풍은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은 주총을 앞두고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의 반기배당금 1주당 1만원을 포함하면 지난해 전체 배당금은 1만5000원 수준이다. 직전 연도 2만원에 비해 5000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예전과 동일한 수준의 배당을 요구 중이다. 영풍 관계자는 “전체 주주의 권익을 해치는 정관개정 및 배당금 축소 방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고려아연 전체 주주의 권익 제고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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