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전 계획된 보수 작업···후판 수급 영향 최소화 목표”
현대제철·동국제강도 정기 보수···업계 “후판 물량 부족 예상”
中 제품 가격상승에 수입 대체도 어려운 시기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 생산 공정 모습. /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 생산 공정 모습.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4고로 등의 보수 작업에 나서면서 후판의 원재료인 슬래브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조선업계와의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앞두고 생산량을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4고로를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3차 개수 작업에 돌입한다. 4고로는 1981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는데, 1차 개수는 1994년(3개월), 2차 개수는 2010년(3개월) 실시된 바 있다.

이번 3차 개수는 이전보다 한 달가량 기간이 길다. 구체적인 보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친환경 트렌트에 맞춘 전기 고로 등으로 변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4고로의 주요 생산 품목은 슬래브다. 슬래브는 후판의 핵심 재료다. 슬래브를 가열로에서 약 1200℃ 온도에서 장시간 가열해 압연기로 굴곡 없이 평탄하게 편다. 최종적으로 발주처가 원하는 제품 길이로 절단돼 공급된다.

4개월이라는 오랜 시간 보수 공사로 슬래브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후판 제작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아울러 4고로뿐만 아니라 올해 3월에는 포항제철소 2후판 공장과 광양제철소 후판 공장, 6월에는 포항제철소 3 후판 공장도 보수 작업을 실시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4고로 3차 개수 공사는 정기 작업으로 사전에 계획한 일정”이라며 “관련 작업으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지 않도록 고객사와도 미리 소통해 후판 수급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 시장에선 포스코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및 동국제강 등도 각각 후판 공정 정기 보수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일시적으로 공급 물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동시에 후판 관련 보수 작업을 진행하면 유통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며 “조선사 입장에서는 부족한 후판을 중국 등 수입산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중국 제품도 가격이 오르는 추세여서 한동안 후판 확보가 예전보다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통상 철강 및 조선업계는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협상을 통해 후판 가격을 결정한다. 수요처인 조선업계는 매번 후판값 인하를 주장해, 수차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및 산업용 전기료 상승 등으로 생산원가가 올라 후판 가격을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원가가 올라 제품 가격도 인상해야 한다는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에 따라서다.

조선사들은 그동안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철강업계의 양보를 이끌어내며 인하로 가닥을 잡아왔다.

반면 현재는 조선업계보다 철강사들이 어려움에 처한 시기다. 제품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철광석 가격은 올해 1월말 기준 톤(t)당 133.67달러(약 17만7000원)다. 지난해 6월에는 103.89달러(약 13만7600원)까지 낮아졌지만 반년여 만에 28.7% 올랐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협상 종료를 앞두고 철강업계가 후판 공급량 조절에 나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조선업계의 ‘몽니’에 철강사들이 후판 생산량을 줄이게 되면, 애가 닳는 쪽은 쌓인 일감을 소화해야 하는 조선사들이다.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이 나타나 선박 납기일이 늦어진다면 지연 배상금까지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수입산 후판 사용량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수입산 후판의 56.4%를 차지하는 중국 제품의 유통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저가 후판으로 지난해 협상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중국산의 가격도 오르는 추세라서 마냥 수입 물량으로 국산 제품을 대체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원재료와 제조원가 인상분을 반영해 적정한 수준에서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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