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친환경성 고려한 지급 기준 적용 바람직해

얼마 전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발표됐다.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를 배제한다고 불평도 있으며 시대에 역행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일각에서 정부가 매년 1~2월은 쉬고 3월부터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는 부분을 두고 게으른 행보라는 지적도 불거진다.

다만 연말까지 당해 보조금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에 미리 이듬해 도입할 제도를 가다듬기는 어렵다. 또 이미 확보된 보조금을 기반으로 수립된 정책을 일선 기업 모두에 설명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특히 매년 급변하는 전기차 시대에서 모든 차량과 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조건을 모두 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해당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 등 다양한 의견을 모두 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인지했다. 1~2월 보조금 공백에 대해서는 작년 후반부터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예산이 남아도는 만큼, 이에 대한 불평이 사라지기도 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의 중요한 포인트는 작년 제도에 문제된 부분을 보강하고 새롭게 전기차 에너지 밀도를 강화한 점이다.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의 배터리 부분을 강조해 에너지 밀도를 추가하고 낮은 주행거리의 전기차의 보조금 액수는 줄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배터리 환경성 계수를 도입해 계수화한 부분도 주목받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자연스럽게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와 배터리는 충전기 사용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아스팔트 등 인프라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성능 부분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 중국산 배터리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작사가 고성능의 가볍고 부피가 적은 배터리와 전기차를 제작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문제도 앞으로 다가올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폐기되는 전기차에 탑재한 LFP배터리는 리사이클링 되지 못하고 땅에 묻힌다. 이 부분은 중국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실정이다. 그 만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한국에서도 이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앞으로 수년 후 폐기되기 시작할 LFP배터리에 대비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환경,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이번 보조금 제도 개선에 배터리 환경성 계수가 도입된 상황이다.

전기차 판매 촉진을 위해 전기차 가성비를 높일 최선책은 차량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가격 인하를 위해 가장 접근하기 좋은 방법으로 저렴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배터리를 개발했지만 전기차용 제품은 개발 중이고, 내년께 출시될 전망이다.

이른바 ‘반값 전기차’를 양산하기 위해 테슬라의 전기차 공정 상 신기술을 참조할 필요도 있다. 당장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LFP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겠지만, 배터리 리사이클링까지 가능한 신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출시된 LFP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 대해서는 추후 폐기를 고려해 제작자나 소유자에게 환경개선부담금 등 환경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초소형차 등을 제작하는 중소기업이 이번 보조금 제도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시장 규모가 크게 줄고 활로가 없어져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국산 제품 부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중국산 배터리를 수입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관심이 모두 필요하다. 초소형차, 전가이륜차 등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조금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보조금 제도의 핵심은 또한 국내 산업 보호 방안에 관한 시장 니즈에 부응한 점이다. 이미 중국, 미국, 유럽 등 각 국가가 자국 우선주의로 칼자루를 쥐고 강대국 논리로 정책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수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노골적인 정책을 시행하기 어렵다. 자유무역협정(FTA)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우리 산업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최근 국내 전기버스 보조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참고할 수 있겠다. 전기버스 1대당 보조금으로 2억원 이상이 나가고 있지만, 국내 전체 전기버스의 과반이 중국산이어서 국민들의 불만이 크다. 아까운 국민의 혈세가 해외로 나가고 있고, 국내 산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다.

이번 보조금 정책으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가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고 중국산 테슬라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산 전기차에 LFP배터리를 탑재하는 모델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큰 그림으로 보면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및 충전기 보조금이 없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어느 국가보다 보조금 정책을 가장 길게 시행하고 있고 보조금 액수도 높기 때문이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넓은 관점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하는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환경부는 큰 그림으로 길게 보는 시각으로 환경정책을 진행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