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혼인 건수 2015년 30만→2022년 19만
신혼부부 고소득자 비중은 2배 가까이 늘어
“결혼 전부터 딩크 결정···벌어서 둘 쓰기도 벅차”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나모(35) 씨가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소회를 얘기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나모(35) 씨가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소회를 얘기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사랑만으로 결혼’이란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이제는 결혼도 돈이 있어야 한다. 통계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혼인한 신혼부부 가운데 연 1억원 이상 고소득자 비중은 지난 2025년과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혼인 건수는 줄어드는데 고소득자 비중이 늘어났다는 건 소득 수준이 월등히 높지 않으면 결혼하기 힘든 문화가 조성됐단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육각형 남자만 장가간다”란 우스갯소리도 종종 보인다. ‘육각형 남자’란 성격와 외모는 물론이고 학력, 자산, 직업, 집안까지 모든 것이 출중한 사람을 여성들이 선호한다는 데서 붙여진 말이다. 

지난달 23일 만난 금융업계 종사자 나모(35) 씨는 결혼을 꿈꾸는 미혼 남성이다. 지난달 결혼정보회사에도 가입했다. 

나씨에게 결혼의 벽은 높기만 하다. 금융업계 종사자로 또래보다 소득도 높은 편이지만 수차례 매칭 뒤 자신은 ‘육각형 남자’는 아니란 것을 여실히 느꼈다고 한다. 높아진 아파트 값·육아 비용을 ‘보통 남자’와 결혼해선 감당하기 어려우니 집안 등 노력보단 타고나야 하는 요소를 더 높게 사는 풍토가 나타났단 것이다. 

Q. 금융업계에 종사하면 비슷한 나잇대 남성들보다 소득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매칭이 힘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성을 보는 기준이 높다. 정확히는 혼인 대상에 대한 여성들의 기준이 훅 뛰었다고 본다. 모든 조건에 흠이 없는 ‘육각형 남성’을 선호한다. 문제는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조건도 문제없이 갖춰야 매칭이 수월하단 점이다. 결혼정보회사 매칭 매니저는 직업과 학벌보다 자가 유무를 먼저 묻는다. 현재 보유한 자산, 부모의 재정적 여력을 우선시한다. 비단 결혼정보회사만의 기준은 아니다. 결혼적령기 여성들이 요구하는 남성상이 그렇다.”

Q. 단순히 여성의 인식 변화가 혼인율 감소의 원인이라고 보는가 

노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치는 크게 증가했지만, 노동자가 받는 돈은 제자리다. 지금보다 잘 살 수 있단 믿음이 사라진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저 옛말일 뿐이고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계층 사다리’를 찾기 힘들어졌다. 그러니 여성들도 ‘개룡남(개천에서 용된 남자)’이 될 사람보다는 이미 부모로부터 자산을 받은 ‘금수저’ 남성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Q. 노동의 가치가 떨어진 게 혼인율에 이어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가

“그렇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부는 생애 소득으로 둘 쓰기도 벅차다. 결혼 전부터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맞벌이 무자녀 가정)을 결정하는 커플이 늘어나는 이유다. 소득을 통해 주거와 육아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보도된 내용을 보면 출생아 중 열에 아홉은 중산층 이상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해석하는 개개인은 출산은커녕 혼인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노동으로 얻는 소득이 커지지 않으면 결혼할 유인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Q. 정부의 지원책 등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일회성 현금 지원책은 와닿지 않는다. 돈 조금 준다고 결혼하고 애 낳지 않는다.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불평등 확대와 대물림되는 교육 격차가 줄어야 희망을 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다수의 국민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동 시장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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