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비심사 승인···KB증권 국내 증권사 유일 대표 주관사단 포함
모·자 동시상장 이슈, 2대 주주 엑시트 리스크 넘을지 주목
HD현대·2대 주주 간 차액보상 계약 있어 주관사 흥행 부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KB증권이 조(兆) 단위 IPO(기업공개)인 HD현대마린솔루션을 통해 IPO 주관 시장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선업황이 호조를 보인다는 점은 흥행에 긍정적이나 모·자(母子) 회사 동시상장 이슈에다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로 분류된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전날 HD현대의 선박 종합 솔루션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지난해 12월 초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지 2개월여 만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코스피 입성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서게 됐다.

몸값이 3조~4조원으로 평가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KB증권이 다시금 IPO 주관 시장에서 빛을 발할지 관심이 모인다. 카카오뱅크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를 통해 신흥 IPO 주관 강자로 떠오른 KB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HD현대마린솔루션의 대표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선 조선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성공적인 상장에 긍정적인 요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유지·보수 등의 애프터마켓(Aftermarket)과 선박 친환경 개조(Retrofit), 디지털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황이 좋아질수록 부품 교체 서비스와 같은 수요는 늘게 되고 이는 실적에 보탬이 된다. 

실제 지난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1조4305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7.2%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41.9% 증가한 2015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선박 부품서비스 사업 수주 호조세와 디지털 제어 사업 확대가 실적 성장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었다.

성장 기대도 유효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영국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20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이 전체의 5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2025~2026년부터 본격적인 친환경 선박 교체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폐선에서 선박 인도, 부품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에는 호재로 여겨진다.

다만 모·자 회사 동시상장 논란이 여전하다는 점은 IPO 과정에 부정적인 부분으로 분류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최대주주는 지분 62%를 보유한 HD현대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상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할 경우 모·자 회사가 증시에 나란히 상장하게 된다. 모·자 회사 동시상장은 모회사 디스카운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상장 전 기준.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상장 전 기준.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여기에 2대 주주의 엑시트 리스크도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대 주주는 글로벌 PEF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로 SPC(특수목적법인)인 ‘Global Vessel Solutions, L.P.’를 통해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KKR은 2021년 HD현대마린솔루션의 가치를 2조원으로 책정해 약 6500억원을 들여 해당 지분을 사들였다.

KKR이 구주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상장 후 지분을 매도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가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주매출은 성장이 아니라 기존 주주의 자금 회수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여겨진다. 상장 후 지분 매도의 경우도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도 물량) 우려 탓에 투심을 저해시키는 부분이다.

이에 대표 주관사단의 흥행 부담도 다른 딜 대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HD현대와 KKR이 주주 간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끌어 낼 필요가 있다. HD현대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KR은 지분매입과 함께 차액보상 조항을 넣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가격이 KKR의 투자금을 하회할 경우 KKR에 차액을 보상받을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중복상장 이슈가 있었음에도 흥행했고 DS단석은 34%가 넘어가는 구주매출에도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등 단순히 해당 이슈가 있다고 해서 발목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은 수요예측이나 공모 당시의 IPO 시장 분위기가 HD현대마린솔루션에 우호적인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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