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보험정책과장 재직시 협박성 메시지로 수사···이후 직접 보건의료 업무 수행 없어
고3 딸로 구설수 올라 브리핑서 “유학 보내겠다” 밝혀···다른 정책 관계자는 고3 자녀 부재 
“양지만 다녀 야심 있는 엘리트 관료”···“파워게임에서 밀렸고 인사권도 없는 비실세”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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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과거 과장 시절부터 의료계와 악연을 맺었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의료계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일단 그가 고3에 올라가는 딸을 유학보내겠다고 밝혀 딸 논란은 가라앉은 상황에서 향후 박 차관 역할이 주목된다. 

17일 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박민수 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대언론 브리핑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에서 조규홍 장관과 이기일 제1차관에 이어 3인자로 활동하는 박 차관은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서는 사실상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근 복지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2000명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한 후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반발하자 총파업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강경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이미 과장 시절부터 의료계와 악연이 있던 박 차관이 10여년만에 다시 악역을 수행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박 차관은 보험정책과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2년 6월 21일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방문했다. 당시 종로경찰서는 복지부 청사가 있던 계동 현대건설 사옥 인근에 있었다. 박 과장은 1주일여 동안 협박성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후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던 것이다. 당시 복지부가 발표한 포괄수가제 주무부서인 보험정책과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관련 설명회나 방송에 참석,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특히 2012년 6월 1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그가 “의협 집행부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의협이 반발하는 등 후유증이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방송 이후 1주일 기간 박 과장 휴대폰에 135통 문자가 폭주했고 전화도 수시로 걸려왔다는 주장이다. 주된 문자 내용은 ‘박 과장, 밤길 조심해라’, ‘네 뒤통수 보러 간다’ 등 협박성이 많았으며 ‘포괄수가제 제1의 피해자가 당신 자녀가 될 것이다’라는 섬뜩한 문구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사건은 종로경찰서에 이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수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서울지검은 2013년 1월 박 과장에게 협박성 문자테러를 가한 8명에게 각각 20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중 5명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각 200만원, 1명은 협박으로 200만원, 나머지 2명은 모욕으로 각 100만원이 결정됐다. 벌금형 처벌에 반발한 이들 중 일부는 당시 소송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 이 사건 이후 박 차관은 보건의료를 직접 담당하는 보직에 발령 받지 않았다. 보험정책과장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탁됐다. 이후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정책기획관, 복지정책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보건복지비서관으로 임명돼 근무했고 2022년 10월 보건의료 담당 제2차관에 발령 받아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즉 정확히는 201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에 파견된 후 박 차관이 보건의료 분야를 직접 맡아 의협 등과 대화하는 업무는 없었다는 것이다. 보험정책과장 이후 두 번의 청와대 파견과 주미국대사관 파견 경력이 눈에 띈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6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하지만 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박 차관과 의료계 악연이 새삼 부각됐다. 이번에는 그의 딸이 논란 대상이 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당초 한 유튜버가 박 차관의 고3 딸을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수혜자로 만드려는 의혹을 제기한 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동일한 내용으로 비판을 제기하며 이슈가 됐다. 이에 관련 소문이 급속하게 확산되며 정부를 불신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 관련 기사 댓글에서도 빈번하게 거론됐다. 

알려진 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녀가 없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장성한 딸이 있고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역시 자녀가 대학교 재학 이상으로 분석된다. 최근 의료계와 협상을 주도했던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1972년생)의 슬하 자녀들도 대학생 이상으로 파악됐다. 이번 정책 결정 라인에 참가했던 관료들 중 박 차관만 고3에 올라가는 딸이 있어 오해를 받을 만한 위치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난 13일 중수본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딸에 대한 답변을 했다. 박 차관은 출입기자 질문을 받고 “딸이 고3이 되는 것은 맞지만 국제반에서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이라며 “국내 입시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그의 해명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박 차관 딸이 국제반에 있다면 외국어고에 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례는 다르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도 모 외국어고 재학 시절 국제반 출신으로 알고 있어 의혹을 떨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유튜브와 기사에 딸을 유학 보내겠다는 내용이 나왔으니 나중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마도 강성 의사들은 박 차관이 총선 후 물러나 민간인이 되더라도 내년 초 그의 딸이 진짜 유학 가는지 체크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13일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차관이 (의대 정원 확대라는) 중요한 결정을 혼자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박 차관 파워와 관련, 복지부에는 상반된 관측이 제기된다. 알려진 대로 1968년 경남 사천시에서 태어난 박 차관은 서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87학번)를 졸업한 후 행시 36회로 관가에 들어온 정통행정관료다. 앞서 언급된 보험정책과장 직은 고용휴직으로 국제부흥개발은행에서 근무했던 박 차관 귀국을 기다리며 한 달 여 기간 동안 공석이 유지됐었다. 보험정책과장과 이어진 청와대 파견 당시가 그의 전성기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언급대로 청와대 2번 파견과 복지부 빅4 국장 중 하나인 복지정책관을 짧은 기간 역임한 후 실장으로 승진하는 등 관운을 넘어 야심 있는 엘리트 관료라는 부내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격언이 있는 대통령실 파견 근무를 5개월 만에 마무리하고 복지부에 제2차관으로 복귀한 것은 본인에게는 불운한 인사였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관가 관계자 C씨는 “박 차관은 조규홍 제1차관이 복지부 장관으로 승진한 후 1차관이 공석이 됐을 때 그 자리로 복귀하거나 대통령실에 남았어야 했다”며 “당시 이기일 제2차관(행시 37회)이 1차관으로 영전하면서 행시 선배인 박 차관이 밀린 것은 지금도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관가 관계자 D씨는 “의대 정원 확대라는 빅이슈를 어떻게 복지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며 “박 차관은 그를 보좌하는 보건의료실장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나 권력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참고로 전병왕 복지부 보건실장은 박 차관보다 나이(1965년생)도 많고 서울대(84학번) 직속 선배다.     

이번에도 박 차관은 의료계에 고발당했다. 임현택 회장이 주도하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지난 13일 복지부가 전공의 1만 5000여명 연락처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며 조 장관과 박 차관,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담당 공무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협박죄, 강요죄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것이다. 관가 관계자 E씨는 “현안인 의대 정원 확대가 향후 마무리되면 복지부의 대의료계 정책을 전면적으로 논의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며 “어떤 식으로든 의료계 총파업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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