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리튬 가격 kg당 88.5위안···2달 연속 보합세
리튬 생산업체 수익성도 안 나와···양극재 업계, 부정적 래깅 효과 지속
LFP 양극재로 대응 나선 업계···가격 경쟁력은 '글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이 바닥을 다지면서 국내 배터리 양극재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전망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업계는 중국이 사실상 독점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용 양극재 개발로 시장 변화에 대응한단 계획이지만, 가격경쟁력 면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16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kg당 88.5위안을 기록 중이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추가적인 하락은 없지만 2달째 80위안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튬 가격은 지난 2022년 말 역대 최고가(581.5위안)를 기록한 뒤 지속 내림세다. 지난해 4월까지 리튬 가격이 150위안 선까지 하락하며 4분의 1 토막이 났다. 같은 해 6월 300위안 수준까지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현재는 최고가 대비 8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삼원계 양극재에 주로 사용되는 수산화리튬 가격도 반등은 아직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이달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3000달러가량 떨어진 1만3200달러 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가격(7만달러)과 비교하면 80% 이상 하락한 것이다.

그동안 전기차 수요가 상승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는 리튬 수요도 함께 상승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리튬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현재 리튬 가격을 두고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전기차 수요 회복 시기가 불투명해 리튬 가격 회복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업계는 리튬 가격이 kg당 100위안 선은 회복해야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화로 1만8500원가량이다. 양극재 제품 가격은 판매 시점의 리튬 가격 등을 기준으로 한다. 광물 가격이 하락하면 비싸게 구매한 원재료로 만든 양극재를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해 수익성이 나빠진다.

리튬 가격이 반등하지 않으면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 효과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리튬 생산기업마저 손실을 볼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국내 양극재 업계가 미리 비축한 리튬 재고의 가치는 현재 가격보다 수배 이상이다.

에코프로비엠 포항공장 전경. /사진=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 포항공장 전경. /사진=에코프로비엠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4분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양극재 업체들이 올해 1분기에도 적자 경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양극제 업체 실적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실적과 관련해 “현재 수산화리튬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2분기까지 판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전기차, 셀 업체의 보수적인 판매 전략을 감안하면 실적이 단기간에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LFP 양극재로 활로를 찾고자 하지만 시장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FP 양극재는 주로 보급형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 소재로, 국내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 열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정기이사회에서 “LFP 양극재는 국내에서 투자하기 너무 힘들다”며 “글로벌로 나가야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국내 투자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LFP와 경쟁하기 위해선 한국의 비싼 인건비·설비투자비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LFP 양극재 생산을 위해 아프리카 모로코로 눈을 돌렸다. 원활한 광물 수급을 위해 중국 화유그룹과 손을 잡았다. 올 하반기 LFP 배터리용 양극재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인 에코프로비엠도 구체적인 양산 시설 거점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와 기술 장벽이 낮아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원가 개선을 위해서 저렴한 인건비, 전기료가 장점인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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