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안정성 확보한 사람들만의 전유물"
"민간 결혼 서비스, 비용 많이 들고 조건 많이 봐"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오랜 기간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 인구 감소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안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 경제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키고 사회 보장 시스템에 부담을 가중시키며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대부분의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시사저널이코노미>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핵심 사회 의제에 대해 시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다.

김동욱씨(35, 경력 8년차)는 현재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고 있는 청년이다. 

Q. 저출산 극복을 위해 가장 주목받는 세대 2030세대다. 저출산 시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국가에서는 국가경쟁력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개인은 결혼도 할까 말까인데, 얘까지 낳으라고? 하는 질문을 한다. 쉽게 말해 자녀를 재무적인 안정성 여부에 따라 가질 수 있는 선택으로 보고 있단 것이다. 이미 커리어적으로 안정적인 사람들만 출산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국가와 개인의 저출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고 본다. 비슷한 시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출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국가경쟁력 입장을 우선시하는 애국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공무원 연금이나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이 된다. 그리고 교육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은 인적 자원의 나라인데 교육 자원이 없어져버리면 직업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경기도 고등학교 고사로 재직중인 김동욱씨(35, 남)는 교사란 안정적인 직업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했다. 사진은 김동욱씨가 근무하는 고등학교 / 사진 = 시사저널e
경기도 고등학교 고사로 재직중인 김동욱씨(35, 남)는 교사란 안정적인 직업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했다. 사진은 김동욱씨가 근무하는 고등학교 / 사진 = 시사저널e

Q. 출산율이 심각하다. 0.78이 바닥인 줄 알았는데 연초 0.6명까지 내려갔다. 한국 사회의 낮은 출산율에 대해 체감을 하는가

"낮은 출산율에 대해서는 체감을 하고 있다. 교직에 몸 담은 후 9년 차인데 처음 임용됐을 때와 비교해 한 반 학생 숫자가 계속 줄고 있다. 단 한번도 직전 해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들도 결혼하는 경우가 드물다. 최근 직장(학교)에서 기혼 여부 조사를 했는데 10여 명의 교사 중에 1명의 기혼과 최근 결혼한 1명을 제외하고는 미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가적으로 보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도 든다. 지방에 사는 후배 2명이 있는데 자신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고 직업적으로 더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2명 다 결혼을 했다. 최근 시도별 출산율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수도권 특히 서울 출산율이 지방보다 더 좋지 않았다(2022년 기준 서울 합계 출산율은 0.593으로 전국 평균 0.77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였다). 개인적인 부분을 포함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도권과 지방 간 서로 인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의 경우 다소 인프라는 부족할 수 있지만 심적인 여유도 있고 공간적인 여유도 있다. 서울처럼 과밀화되고 개인 생활 공간이 부족한 보니 더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개인적인 질문인데 왜 아직 결혼을 안했나? 한다면 출산 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자녀는 몇 명 정도 출산 계획인지

"직장인 남성 평균으로 볼 때 안정적인 직장에 정착하게 되는 시기는 통상적으로 32~33세 정도이고 그 때부터 결혼해야 할 상대를 찾아보는 것 같다. 취업을 막 했을 때는 사실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 가족을 빨리 만들고 싶었지만 직업 안정성을 끌어오리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데 여자친구는 직업(비서) 특성상 경력 스펙을 채우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물론 결혼 생각은 있고 자녀도 1~2명 정도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 아직 나이가 어리다 보니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당연히 결혼 문제는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Q.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에만 380조원을 쏟아부었는데 출산율에는 개선이 없었다. 알고 있는 출산 지원 대책이 있나

"정부가 약 15년 동안 출산 대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았다고 하지만 미혼이라 관련 혜택을 받아본 적은 없다. 아이를 낳으면 지원금 주고 육아휴직을 하면 다달이 일정부분 급여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혼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한정적이고 자녀를 낳은 사람에게만 주는 혜택이 대다수인 것 같다."

Q.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1호 공약으로 저출산 극복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바라는 출산 지원 정책이 있나

"혼인 건수 증가율과 출산율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혼인을 해야 출산율이 늘어난다. 저출산 극복 대책은 혼인 건수 증가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혼 정보 회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과 결혼하고 싶지 않단 정서가 대체로 강하다고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결혼 정보 회사는 사업하는 업체이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 소개만 시켜주는데 한 번 나가는데만 최소 수십만원의 돈을 내라고 한다. 만나면 앉자마자 조건 얘기하고 결혼 정보 회사는 계속 그걸 종용하는 구조다. 이 정도 돈을 더 추가하면 더 잘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돈을 요구한다. 청년들의 실질적인 결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직장은 일과 야근을 계속 시키고 결혼 정보 회사는 돈을 더 내라고 하고 이런 것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카페 같은 곳에서 가벼운 소개팅을 할 수 있는 듀오 같은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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