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침체기)'에도 ESS 부문 지속 성장
지난해 실적 '구원투수' 역할···LG엔솔·삼성SDI, 북미 시장 공략 가속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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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정용석 기자]“올해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미국 지역 중심으로 전년보다 3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최신근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기획관리담당은 지난 26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장서 바라보는 올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성장세(20%대)인 점과 비교하면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예측한 ESS 시장 성장세는 꽤 높은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생산을 시작한 LFP 제품 공급을 본격화하고 북미 증설을 예정대로 추진해 ESS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 살 사람은 다 샀다?···‘침체기‘ 도래한 전기차 시장

최근 전기차 보급률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업계에도 한파가 닥쳤다. 배터리 업계는 ESS 시장 개척을 통해 전기차 ‘캐즘’(chasm)‘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캐즘은 시장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겪는 침체기를 뜻한다. 전기차 시장은 신기술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경기 침체, 보조금 폐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일반 소비자를 끌어들일 요인이 크기 않아 캐즘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지난 2020년 4%에 불과했던 전기차 침투율이 지난해 16%를 돌파하면서 “사실상 전기차를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시장 반응도 나온다.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는 올해 전 세계 순수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26%)보다 낮은 23.9%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역시 수요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매출 성장 목표를 한 자릿수 중반대(4~6%)로 확 낮춰잡았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33조7455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31.8%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성장률이 1년새 20%P 이상 꺾일 것이란 예상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격전지 북미서 현지 생산시설 구축 등 활로 모색

배터리 업계는 ESS 사업에서 침체기 속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 같은 판단에는 전기차 시장과는 달리 수요가 지속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 깔려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양수 발전소를 제외한 글로벌 ESS 설비 규모가 2022년 43.8GW에서 2030년 508GW로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량의 배터리로 이뤄진 ESS의 특성 덕이다. ESS는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설비다. 산업계의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발전 과정서 탄소배출이 없는 신재생 에너지는 기후 요건 영향을 크게 받아 에너지 생산성에 변동이 커 ESS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태양광과 연계된 ESS 배터리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준다. 미국 정부는 신축 주택들에 가정용 ESS 설치 권고와 함께 100%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3조원을 투자, 현지에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ESS용 배터리 공장은 오는 2026년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 2022년에는  미국 ESS SI 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설립하고 ESS 공급과 설치·유지·보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북미 ESS 사업을 통해 5년 내 ESS 부문의 매출을 3배 이상 성장시키는 게 이 회사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RA 인해 북미 지역 내 전력망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북미를 중심으로 매출 및 수익성을 향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SDI가 지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공급한 ESS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지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공급한 ESS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현지 생산시설은 없지만 오랜 사업경력과 기술력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하나의 박스 형태로 세팅한 삼성배터리박스(SBB)가 주력 제품이다. 전체 매출의 25%가량을 담당하는 ESS 부문은 이 회사 사업 부문(중대형·소형전지·ESS) 가운데 매출 규모는 가장 작지만 3년간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다. 오는 2026년부터는 LFP를 적용한 중저가 ESS 생산을 계획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에는 ESS 사업이 배터리 업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ESS 부문 영업이익은 830억원으로 추정된다. 소형전지(660억원), 자동차 전지(200억원)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북미 ESS 부문 선방이 없었다면 중대형전지 부문은 영업적자를 봤을 것”이라면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시장이 커지고 있어 올해는 ESS 부문 실적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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