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나노입자(LNP) 플랫폼 및 CDMO, 새로운 성장 모멘텀
올 상반기 국내 제약사 및 글로벌 기업과 기술이전 준비 중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생분해성 고분자로 제조한 마이크로스피어 (미립구)를 이용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20년이 훨씬 넘은 기술이지만, 시장에 나온 의약품은 많지 않았다. 이 기술로 사업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핫키워드로 부상했다. 장기 약효 지속형 주사제는 매일 복용·투약해야 했던 약물을 수주 혹은 수개월에 한 번 투여 가능한 주사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약물의 투약 주기를 늘려 환자의 치료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국내에서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이사는 비씨월드제약 임상약리 담당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2015년 인벤티지랩을 설립했다.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IVL-DrugFluidic’과 백신·유전자 치료제 제조 플랫폼 ‘IVL-GeneFluidic’을 보유한 DDS(Drug Delivery System) 플랫폼 기업이다. 남성형 탈모, 치매, 당뇨·비만, 동물용 의약품, 동물용 치매 치료 등 다양한 개량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5~6가지의 신약도 타 제약사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가 시사저널e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가 시사저널e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최근엔 지질나노입자(LNP) 제조·공정 및 CDMO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과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LNP 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본격화하면서다. 시장에 나온 mRNA 백신들은 대부분 지질나노입자(LNP)를 이 전달체로 사용하고 있다. LNP는 불안정한 유전물질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면서 세포 내로 전달해 약효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이다. 인벤티지랩의 기술은 전체 제조공정을 연속(In-line process)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공정과 시스템에 적용된다. 고품질 지질나노입자 제조에 적합하다는 특징이 있다.

인벤티지랩 사명은 발명을 의미하는 ‘Invent’와 노화와 세대를 의미하는 ‘age’를 접목해 지었다. 질병을 수반하는 노화에 새로운 시대를 제시하고 재해석하겠다는 뜻이다. 시사저널e는 23일 판교 인벤티지랩 사옥에서 김주희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벤티지랩 창업 배경과 스토리 짚어달라

창업 전, 비씨월드제약에서 임상약리 팀장으로 근무하며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접하게 됐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20년이 넘은 기술이지만 아직 시장에서 크게 활용되진 못하고 있었다. 누구나 시도는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재현성을 갖춰 만들긴 어려운 분야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 마지막 신약은 2011년에 발매된 GLP-1 1주 제형인 ‘바이듀리언(엑세나타이드 서방제)’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 많은 기업이 단백질 의약품을 탑재해 장기 지속형으로 만들려고 공들였지만, 성공한 사례가 몇 없었다.

이 와중에,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님으로부터 미세유체역학을 이 분야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마이크로스피어를 해당 기술로 만들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창업을 선택했다.

인벤티지랩의 약물전달기술 플랫폼은

의약품의 경우 약효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정도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년까지 유지되는 의약품을 의미한다. 인벤티지랩은 보통 1일 1회 투약하는 경구제/주사제를 약을 1개월 또는 3개월까지 유지되는 주사제로 개발하고 있다.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자, 치매나 정신질환, 난치성 질환 치료에서 최적의 제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암, 당뇨, 비만, 중독 치료 분야에서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다.

인벤티지랩의 핵심 기술은 미국 FDA 승인받은 생분해성 고분자인 원료를 사용해 미립구에 원하는 약물을 탑재한다. 몸에 투약하면 약물이 1개월, 3개월, 6개월 등 미리 설정한 기간만큼 방출 되게 하는 기술이다. 미립구가 체내에 주사가 되면 피하에서 서서히 방출된다. 고분자 미립구의 조성과 물성을 이용해, 약물 방출 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약물 제제화 기술 특징이다.

핵심 파이프라인과 상용화 계획은

마약 중독 이슈는 해외 특히 미국, 유럽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만 경구제형은 환자가 임의로 투여를 중단하고 다시 마약을 하는 등 중독 치료제에 한계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회 유명인사들의 마약 문제가 터지면서 약물 중독 이슈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약 중독 분야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제 개발 필요성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출시된 날트렉손의 알코올 중독 및 마약성 제제 의존증 치료제 비비트롤(vivitrol)이 독식하고 있는 시장에 차별화된 제품을 내세워 진출하고자 한다.

인벤티지랩은 기존 가격 대비 70% 수준 가격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회사의 마약, 알코올 중독 치료제는 호주에서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받았다.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 중이다. 1상이 완료되면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다.

시사저널e와 인터뷰 진행 중인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사진=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와 인터뷰 진행 중인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사진=최다은 기자

바이오 기업 경영하면서 위기도 있었나

모든 CEO가 같은 고민을 하겠지만, 핵심 인력 관리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다만 사업 초기에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받아,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다. 기술이전으로 마일스톤을 달성하고 이 성과로 또다시 투자받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그렇게 2022년 기업공개(IPO)까지 이뤄졌다. 생각해보면 나름 큰 고비 없이 전체 과정은 무난한 편이었다.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했고, 연구 결과로 성과를 쌓았다. 지난해 6월에는 155억원 규모 CB(전환사채) 발행과 30억원의 3자 배정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결의해 185억원을 조달했다.

유전자치료제 플랫폼 ‘GeneFluidic®’도 소개해달라

인벤티지랩은 독자적인 LNP(지질나노입자, Lipid Nano Particles) 제조시스템인 ‘IVL-GeneFluidic’을 보유하고 있다. 화이자,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으로 잘 알려진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에 대한 제조공정 및 장치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질나노입자는 mRNA 등의 불안정한 유전물질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면서 세포 내로 전달해 약효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고도의 약물전달시스템이다. LNP 플랫폼은 상업적 검증이 완료된 백신과 차세대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에도 적용되는 큰 확장성을 보유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제조공정은 LNP의 특성에 최적화하기 어렵고 연속 공정 구현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인벤티지랩의 기술은 전체 제조공정을 연속(In-line process)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용된다. 고품질 지질나노입자 제조에 적합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인벤티지랩의 올해 사업 목표는

올해 하반기에 자체 개발 신약인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IVL-4002 임상 1상 시작할 계획이다. 치매와 중추신경계통(CNS) 신약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만큼, CNS 쪽에서 큰 딜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장기 지속형 주사제에서 새로운 기술이전 딜이 있을 것 같다. 올해는 국내 제약사와의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술이전도 준비하는 만큼, 시장 입지를 키우는 원년이 될 거라 자신한다.

사진=인벤티지랩
사진=인벤티지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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