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시리즈와 유사
전투 외 즐길거리 부족
확률형 아이템 비중 낮춰야

‘롬‘ 플레이 화면. 많은 혜택 덕에 50레벨을 무리 없이 달성했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이 없다.

[시사저널e=박금재 기자] 이 게임은 놀랍도록 ‘리니지‘를 닮았다. 이 정도면 ‘리니지‘ 팬메이드 게임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으로 모든 측면에서 닮았다. 개발사인 레드랩게임즈와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은 카카오게임즈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롬‘은 ‘리니지‘를 빼다 박았다. ‘롬‘은 컨닝을 한 학생의 답안지 같은 게임이다. 

개발사인 레드랩게임즈의 신현근 대표는 ‘롬‘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착한 사업모델(BM)‘을 추구하기 위해 직원들이 모두 일치단결해서 움직였다고 했다. ‘롬‘에 레드랩게임즈의 경영 및 서비스 철학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아쉽지만 레드랩게임즈는 경영철학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한탕주의‘와 ‘리니지 라이크‘가 만나면 ‘롬‘이 된다. 

클래스 선택 화면. 아직은 세 가지 클래스만 즐길 수 있다.
클래스 선택 화면. 아직은 세 가지 클래스만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의 클래스는 단 세 가지다. 현재까지는 ‘레인저‘, ‘매지션‘, ‘나이트‘를 플레이해볼 수 있다.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유저들이 흔히 구분하는 말로는 ‘궁수‘, ‘마법사‘, ‘기사‘다. 이런 구성에서 참신함을 느끼기가 어렵다. 수많은 양산형 MMORPG들이 조금이나마 클래스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롬‘에서는 어떤 고민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20년 전에 나왔더라면 비판을 받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2024년이 아닌가. 향후 신규 클래스 출시가 당연히 예상되지만 현재 구성은 너무 지루하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게임사의 게임에서 매력적인 세계관을 기대하는 일은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이 게임은 해도 너무했다. 클래스별 배경도 없고 스토리의 기반이 되는 세계관도 전혀 설명해주지 않는다.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게임 속 세계에 몰입하지도 못했는데 퀘스트부터 깨야한다. 몰입이 되지 않으니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모두 스킵하게 된다. 

이 게임을 조금이나마 일찍 즐겨보고 싶어 베타 테스트에 뛰어든 유저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게임 과금 정말 독하겠단 생각 말이다. ‘리니지‘에서 변신과 인형에 해당하는 포지션에 코스튬과 가디언이 존재한다. 이름만 다를 뿐이지 캐릭터의 스펙을 높여준단 점에서는 똑같은 요소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수많은 유저들이 높은 등급의 코스튬과 가디언을 뽑기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쓸 상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매운 맛의 정점인 도감 시스템도 존재한다.

코스튬과 가디언이 끝이 아니다. ‘리니지‘에서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존재하는 시스템이 이 게임에서는 아이템 도감과 몬스터 도감으로 그대로 들어왔다. ‘리니지‘를 제대로 즐겨본 유저들은 안다. 도감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금이 필요한지 말이다.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변신과 인형 정도는 모방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과금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도감마저 가져올 줄은 몰랐다. 레드랩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정말 독하다. 

‘리니지W‘의 뽑기 화면과 매우 닮았다.
뽑기의 확률이 너무 낮게 조정돼 있다. 영웅 등급은 커녕 희귀 등급을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뽑기.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게 된 원흉이다. 뽑기에 수많은 유저들이 울고 웃었고 게임사들은 그동안 화려한 사옥을 판교에 줄지어 세웠다. 지난 몇 년 동안은 뽑기가 큰 비판의 대상이 됐다. 뽑기의 확률을 조작해 적발된 게임사도 있었고 뽑기를 없애라는 유저들의 요구에 게임사들은 뽑기 비중을 점점 줄여왔다. 그런데 이 게임은 2024년에 나왔는데도 너무 노골적으로 유저들이 뽑기에 열중하게 한다. 뽑기를 진행할 때 나오는 비주얼도 너무 ‘리니지‘를 닮아서 이쯤되면 ‘라이크‘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해진다. 이 게임은 ‘리니지‘의 체인점 같다. 

23일 오후 5시쯤 서버 불안정 현상이 발생했다.
23일 오후 5시경 서버 불안정 현상이 발생했다.

베타 테스트가 시작된 지난 23일 오후 5시경에는 서버 불안정 현상도 발생했다. 기자는 항상 사용하는 데스크톱에서 접속했는데 모든 백신이 켜져있었음에도 해킹 시도가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뜨기도 했다. 실제로 해킹이 시도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서버 안정성에 조금 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이 게임에서 좋았던 점은 최적화다. 사양이 낮은 데스크톱으로 플레이해도 끊김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뒤 모바일 환경에서도 강점으로 발휘될 수 있다. 특히 모바일이 주된 플랫폼인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백 개의 캐릭터가 전투를 펼칠 때 최적화는 더욱 중요한 요소다. 

‘롬‘은 해외 국가 가운데 대만 시장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MMORPG가 큰 인기를 끄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만에서는 엔씨 ‘리니지W‘가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리니지‘ IP는 대만에서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아왔다. 때문에 ‘롬‘이 대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니지‘와 확연히 다른 게임성을 보여야 한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안 된다. 

한 유저가 월드채팅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유저가 월드채팅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롬‘의 운명은 미우나 고우나 BM에 달려 있다. 베타 테스트를 통해 예상되는 BM의 형태는 ‘리니지‘와 전혀 다르지 않고 많은 유저들은 채팅을 통해 ‘리니지‘보다 뽑기의 확률이 낮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현재는 원활한 베타 테스트를 위해 게임사 측에서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좋은 장비와 코스튬, 가디언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는 좋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금이 필요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좋은 스펙을 갖추지 못하면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없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서 무소과금 유저들이 점차 빠져나가는 이유다.  

이대로 게임이 출시돼서는 절대 안 된다. 개발사인 레드랩게임즈는 물론 퍼블리싱을 결정한 카카오게임즈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할 것이다. 현재는 상점 메뉴가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는 수많은 뽑기 상품이 진열될 것이 자명하다. 회사는 패키지 상품을 배제하고 핵심 소환 상품을 게임 재화로 구매할 수 있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는 허울뿐인 약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성 측면에서도 갈 길이 멀다. 모든 게임 요소가 결국 성장과 전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즐길거리가 부족하다. 물론 MMORPG는 대규모 공성전과 진영 간 전쟁이 핵심이지만 현재의 형태로는 무소과금 유저들은 무분별한 PVP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불가피하다. 무소과금 유저들은 캐릭터의 스펙을 높이기 위해 우스갯소리로 게임사를 향해 "사료를 달라"고 외치곤 하는데, 이 게임에서는 무소과금 유저들이 가축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금 없이도 노력만으로 동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랑하던 예전 MMORPG처럼 말이다. 

이 게임이 정식 서비스와 함께 완전히 탈바꿈하길 바란다. 글로벌 유저들이 엔씨의 후속작으로 착각하게 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덜어냄의 미학‘을 노렸다면 과금 요소도 과감히 덜어내라.

좋은 스펙을 가진 전설 코스튬. 과금을 통해 얻으려면 경차 한 대 값이 들 수도 있다.

한줄평: 피땀 냄새가 가득할 줄 알았더니 돈 냄새만 진동한다.

별점: ★★ (★5개 만점, ☆는 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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