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매출 1위 등극
조작 재미 살린 방치형 RPG
게임사 소통 부재는 문제점

‘버섯커 키우기‘ 게임 화면. / 이미지=인게임 갈무리
‘버섯커키우기‘ 게임 화면. / 이미지=인게임 갈무리

[시사저널e=박금재 기자] 이 게임은 지칠 때까지 뽑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이렇게 퍼줘도 장사가 될까? 놀랍지만 ‘버섯커 키우기‘는 국내 매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도대체 무슨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저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지갑을 열게 하는 대신 ‘기분 좋은 과금‘을 유도하는 것이다.

방치형 RPG가 등장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자사 대표 IP를 활용해 다수의 방치형 RPG를 내놨다. 하지만 대다수의 게임이 장르만 바뀌었을 뿐 과금 유도가 여전히 심하단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버섯커 키우기‘는 이와 같은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과금으로도 충분히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자체도 재밌다.

램프가 레벨업을 할 수록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 이미지=인게임 갈무리

이 게임, 정말 눈을 뗄 수가 없다. ‘방치형‘을 표방하지만 쉼 없는 조작이 필요하다. 방치를 한다고 해서 성장이 막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캐릭터의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계속 조작을 해줘야 할 뿐이다. 조작이 어렵지도 않다. 점등되는 버튼들을 눌러주기만 하면 쉽게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기자는 회사에서 집으로 향하는 한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게임을 즐겼는데 쌓인 뽑기권을 사용하고 캐릭터를 육성하느라 도착역을 지나칠 뻔 했다.

게임 자체를 살펴보면 정말 무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귀여운 버섯 캐릭터가 자동으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더 귀여운 동료 캐릭터들이 전투를 돕는다. 유저는 편하게 전투를 감상하면서 뽑기를 비롯해 캐릭터의 성장에 필요한 메뉴들을 눌러주면 된다. 게임 플레이 도중 나오는 일부 대사들은 우리말로 더빙돼 있어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뽑기의 중심이 되는 요소인 ‘램프‘도 눈여겨볼 만하다. 램프는 캐릭터의 장비를 획득하는 데 사용된다. 처음에는 낮은 등급의 장비만 얻을 수 있지만 램프의 레벨이 높아질 수록 높은 등급의 장비도 해금된다. 더불어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뽑기권을 사용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보완하는 자동 뽑기 기능도 제공한다. 기자는 게임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램프의 도움을 받아 모든 장비를 레어 등급 이상으로 맞출 수 있었다. 

반복되는 전투에 지루하다면 미니게임도 즐길 수 있다. / 이미지=인게임 갈무리

게임의 모든 요소가 뽑기와 성장에만 치중돼 있는 것도 아니다. 캐릭터의 전투를 보는 데 지루해질 수 있는 타이밍에 전혀 다른 장르의 미니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한다. 소소하지만 PVP 시스템도 있다. 유저는 게임 안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데 다른 플레이어가 농장에 침략해 키워놓은 식물을 약탈해가기도 한다. 결투장 시스템도 존재해 랭킹을 높일 수도 있다. 게임 안에 여러 소장르들이 섞여 있는 덕에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결국 거금 1200원을 유료 아이템을 사는 데 써버렸다. 기자에게는 큰 돈이다. 과금 없이도 전혀 플레이에 무리가 없었지만 첫 과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기의 성능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몬스터들이 시원하게 썰려나가니 만족감도 상당했다. 다른 게임에서 1200원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가치를 고려하면 ‘버섯커 키우기‘의 유료 아이템은 ‘혜자‘ 그 자체다.

기자가 선발대로 나서 거액의 과금을 했지만 조금 모순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 이 게임에 과금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중국 게임사가 만든 게임이라서가 아니다. 게임사의 정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이 나이스 게임즈‘로 표기돼 있는 게임사는 사실 ‘4399코리아‘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4399코리아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동북공정 논란으로 큰 비판을 받은 ‘문명정복‘을 개발한 회사다.

더욱 큰 문제는 게임사와의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단 점이다. 환불이나 게임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창구가 이메일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유저들은 환불에 대해 문의를 했더니 영구 제재를 당했다고 한다. 이 게임은 매출 1위를 달성한 지난 1월 19일 이후 30일까지 약 11일 동안 일평균 매출액 17억4000만원을 기록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페이퍼컴퍼니란 의혹을 받고 있는 이 게임의 개발사가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해도 유저 입장에서는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이 게임, 정말 재밌지만 거액의 과금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섯커 키우기‘가 우리나라 게임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여럿 존재한다. 지나친 과금을 유도하지 않고도 무소과금 유저들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매출 상승에 대한 여력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중국 게임의 완성도가 이미 우리나라 게임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일부 장르는 우리나라 게임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한다. 

기자의 램프에는 아직도 1600개 이상의 뽑기권이 남아 있다. 사실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게임을 즐긴 후 다른 모바일 게임을 즐겨볼 심산이었는데 이 많은 뽑기권을 남겨두고 게임을 삭제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거기에 1200원이란 큰 돈을 과금해 얻은 무기까지 있으니 더 오래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 마트의 시식 코너에서 한 조각만 먹어보려 했던 음식이 냉장고를 가득 채워 놓은 셈이다. 이 게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 맛있다.

틈이 날 때마다 램프를 눌렀지만 아직도 뽑기권이 1600개 이상 남아있다. / 이미지=인게임 갈무리 

한줄평: 버섯이 참 맛있긴 한데...독버섯은 아니겠죠?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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