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 수은 금융지원 한도 막혀 무기한 연기
'자본금 최대 35조 상향' 수은법 개정안, 21대 국회 통과 미지수
방산업계 "빠른 공급 능력은 국내 방산업계 경쟁력···정부 지원 절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 사업장에서 출고 중인 K9 자주포 모습. / 사진=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 사업장에서 출고 중인 K9 자주포 모습. / 사진=한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여야 간 총선을 앞둔 기 싸움과 대치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높이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폴란드를 상대로 수십조원의 계약을 눈앞에 둔 방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일각에선 다음 달 8일까지 진행되는 임시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다면 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이 축소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폴란드 2차 무기 수출 계약 무산은 물론이고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2건의 수은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기재위 소관 경제재정소위에 수은 법정 자본금을 30조원으로 늘리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안과 35조원으로 늘리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상정됐으나 국회는 개정안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윤 의원이 지난해 7월 수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후 6개월 넘게 관련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것이다.

국회 일정대로라면 수은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논의됐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하면서 기재위 소위는 오전 내내 열리지 못했고, 오후 회의는 국민의힘이 불참하면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수은법 개정안 통과까지 데드라인은 30일 남짓 남았다.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오는 내달 1일 임시국회 본회의가 수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되지 않으면 22대 국회가 구성된 후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하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가 쌍특검법(대장동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등 쟁쟁에 매몰돼 정작 조속히 처리해야 할 수은법 개정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표면상으로는 여야 모두가 수은법 개정에 찬성하는 모습이지만, 기재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법안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재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 쪽 의원 중에선 ‘정책금융을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며 수은법 개정안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실무진 사이에선 ‘여당에게 유리한 법안이니 협조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 본계약을 완료할 예정이었던 2차 계약은 수은이 신용공여 한도 제한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방산업계는 올 상반기 내 수은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30조원에 이르는 폴란드 무기 수출 2차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 기업과 해외 투자에 자금을 공급하는 수은의 자본금 최대한도가 15조원으로 묶여 있어 증액 없이는 추가 자금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방산 수출은 규모가 크다 보니 수출국에서 수입국에 금융지원을 해준다. 현행 수은법 시행령은 특정 대출자에 대한 신용 제공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2차 무기 수출 계약금 30조원 가운데 80% 수준인 24조원의 정책금융을 요청하고 있지만, 수은 지원 가능 금액은 1조3600억원으로 제한된다.

시중은행이 대주단을 꾸려 대출을 해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금리가 높아 폴란드 측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시중 은행은 구조적으로 폴란드 정부가 요구하는 금리 조건을 맞추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은은 1차 계약 때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수출금융을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오는 2월 임시국회서 수은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 늦어지면 방산뿐 아니라 투자 규모가 큰 원전, 사회간접자본(SOC) 수출 계약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산업계는 보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계의 경쟁력은 가격 대비 준수한 성능과 함께 빠른 공급 능력에서 나온다”면서 “정부 지원 부족으로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회가 속도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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