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철도 부문, 해외 대형 프로젝트 따내며 수익성 확보
2022년 폴란드 K2 전차 공급 기본계약···방산 부문 첫 완제품 수출
"올해 K2 2차 이행계약 따른 수주잔고 증가 추세 이어갈 전망"
수주 늘며 현금창출력 늘어···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비율 지속 감소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속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방산) 사업부가 수출로 활로를 찾은 데 이어 ‘만년 적자’였던 레일솔루션(철도) 사업서도 탄탄한 수주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직후 선포한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수익성 위주 수주 전략을 시행한 결과다. 이와 함께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병행하면서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조5874억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13.4%, 영업이익은 42.3% 올랐다.
이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9년만 해도 현대로템은 적자를 보고 있었다. 2010년대 국내 철도시장의 경쟁업체가 늘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현대로템도 저가 수주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이 회사 철도 부문은 2014년부터 적자 경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19년 말 부채비율은 362.6%까지 치솟았다.
2020년 적자 늪에 빠진 현대로템에 이 사장이 부임했다. 이 사장이 세운 수주 전략은 ‘수익성’에 방점을 찍었다. 투명수주심의위원회를 구성, 저가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높은 사업만을 수주하도록 했다. 또 비상경영위원회를 만들고 동시에 임원 수도 20%가량 줄이면서 비용 절감에 나섰다.
비상경영 선포 1년 만에 현대로템은 흑자 전환했다. 현대로템은 2020년에 매출 2조7853억원, 영업이익 821억원을 기록했다. 저가 경쟁으로 철도부문이 “만년 적자 사업부”라는 평가를 받을 때, 기술력과 수출을 앞세운 수주 전략을 세우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1조2000억원대 대규모 사업 등을 따내는 등 수익성이 보장된 신규 수주로 일감을 채울 수 있었다.
방산 부문은 K2 전차 수출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1000대 공급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만 약 4조5000억원이다. 2008년 튀르키예에 K2 전차 기술에 대한 수출계약을 맺은 바 있지만, 완제품 전차 수출은 이번이 최초다. 1차로 180대 공급을 확정했고 나머지 820대 공급을 앞두고 있다.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된다면 2차 계약에 따른 실적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 이행계약은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 한도를 확대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수출금융 지원이 가능해지므로 법안통과 이후에 맺게 될 것”이라며 “폴란드향 2차 이행계약 등의 방산 부문 신규수주로 올해도 수주잔고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실적 개선이 이어지자 재무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부채비율은 이 사장 취임 전인 2019년 말 362%에서 지난해 말 218%까지 수직 낙하했다. 부채비율 안정권으로 판단되는 ‘200% 이하’ 진입을 코 앞에 두게 됐다.
통상 방산·철도 등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는 기업은 수주 과정서 제품 지급을 약속하고 미리 돈을 받는다. 발생한 계약금은 선수금으로 잡혀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채 대비 선수금 비율도 높아진다. 신규 수주가 증가할수록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3년 말 기준 철도 부문 수주잔고는 11조409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전년(7조4618억) 대비 53% 증가한 수치다. 방산(5조4259억원), 에코플랜트(6648억원) 부문을 합하면 이 회사 수주잔고는 17조5003억원에 달한다.
수주 증가에도 부채비율이 낮아진 건 현대로템이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로템은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차입금을 1조원 미만으로 줄였다. 수주가 늘면서 생긴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차입금을 지속 상환하면서다. 2021년 말 1조2334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5814억원까지 축소됐다.
재무안정성 강화에 주력한 결과 신용등급도 상향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로템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 등급을 받았다. 신용등급 상향 평가를 받은 건 2019년 잇단 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A-’ 등급으로 떨어진 지 약 4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