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증한 티웨이항공에 2위 내줄 판
기재 추가로 기선 제압···포트폴리오가 변수

진에어 B737-800 여객기. / 진에어
진에어 B737-800 여객기. / 사진=진에어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진에어가 올해 들어 산업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항공기, 인력을 적극 확충하고 티웨이항공 상승세에 흔들린 2위 입지를 다잡는다는 계획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최근 항공기를 추가 대여하는 한편 객실 승무원 등 분야별 직원을 대거 채용하는 등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 18일 모회사 대한항공으로부터 소형 항공기 B737-8 4대를 리스한다고 공시했다. B737-8은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중단거리 노선용 항공기로 189개 좌석을 갖췄다. 진에어는 이번 기재 도입이 노후 항공기 교체 아닌 추가 확보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대만 도입한 데 비해 기재 추가 규모가 훨씬 크다.

진에어가 오는 2~4월 기간에 걸쳐 항공기 4대를 도입하면 현재 운용 중인 기단 규모가 31대로 저비용항공사(LCC) 중 2위 수준이다. 이날 현재 제주항공 42대, 티웨이항공 30대, 진에어 27대씩 운행 중이다.

진에어가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작년 하반기 채용을 통해 입사한 신입 객실 승무원의 교육 수료식을 거행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진에어
진에어가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작년 하반기 채용을 통해 입사한 신입 객실 승무원의 교육 수료식을 거행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진에어

이뿐 아니라 진에어는 지난 3일에 작년 하반기 채용문을 통과한 신입 객실승무원들의 교육 수료식을 진행하는 등 인력을 지속 확충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상반기 채용 합격자의 교육 수료식에 이어 꾸준히 인재를 모으는 중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항공업 경기가 코로나19 창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관측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교통량이 78만635대로 2019년(84만2041대)의 92.7% 수준까지 올라섰다.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 이후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항공 서비스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국내 주요 LCC의 매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주요 LCC의 매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티웨이항공에 매출 2위 자리 내줘

진에어의 사세 확장 배경에는 국내 LCC 시장 내 주요 경쟁사 중 한 곳인 티웨이항공의 가파른 성장세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진에어는 그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제주항공에 이어 2위 위상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이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115% 증가한 1조2772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금융업계는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의 매출액을 1조3199억원으로 예측했다. 진에어가 자체적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티웨이항공에 밀려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022년 2월부터 중장거리용 항공기 A330-300을 도입해 싱가포르, 몽골, 시드니 등 중거리 노선을 운항해 수익을 늘렸다. 또한 지난해 진에어와 마찬가지로 항공기 1대를 투입했고 대규모 채용을 단행하며 기업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닦았다.

이 결과 지난해 1~11월 기준 티웨이항공의 운항편(7만3633편)은 진에어(7만6078편)보다 적었지만 더 큰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진에어가 사업 포트폴리오의 수익창출 측면에서 티웨이항공에 ‘판정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에어의 사세 확장과 최근 적극 펼치고 있는 마케팅 공세에는 시장 입지 회복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에어가 지난해 12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인천~푸꾸옥 노선의 취항식을 진행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진에어
진에어가 지난해 12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인천~푸꾸옥 노선의 취항식을 진행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진에어

◇경기회복은 기회이자 도전···업계 “진에어 저력에 기대감”

올해 항공산업 전망이 밝은 점은 진에어 뿐 아니라, 모든 LCC에게 기회 요소이자 경쟁 심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민관 주체들은 항공 수요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국내 역대 최대 수준의 항공교통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간 서비스 경쟁도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진에어가 올 초 항공기 4대를 도입하며 기선 제압했지만, 티웨이항공도 연내 대형기 포함 7대를 도입하며 운항실적 확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진에어는 이 뿐 아니라 올해 고물가 기조 지속, 금리인하 가능성 저하 등 부정적 변수들의 발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다양한 변수들이 혼재할 것을 고려해 업황에 신중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연내 인력, 기재 추가 확충에 대해서는 현재 별도 공개한 바 없지만 이를 확장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을 재편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박병률 진에어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LCC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경쟁우위 기반 구축에 노력하고 효율·체계적인 기재 운영, 비용 관리와 가격 정책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최상의 안전과 서비스에 주력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올해 항공산업이 예년 수준의 활기를 되찾아 LCC들에게 실적을 개선해 나갈 계기가 마련된 만큼, 지난해 저력을 입증한 진에어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연승 NH증권 연구원은 “다수 플레이어가 기재 확대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진에어가) 장기적으로 공급 부담이 높아진다는 측면은 여전하다”며 “진에어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확장은 쉽지 않겠지만 실적 추정치 상향에 따른 저평가 매력은 부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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