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작년 역대급 실적 냈지만 올해 2분기부터는 과열 경쟁 예상
일본·동남아 등 주요 노선에 벗어나 신규 시장 발굴
제주항공 ‘화물’, 티웨이항공 ‘유럽’, 에어프레미아 ‘미국’ 등 새 먹거리 창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최근 출혈경쟁을 의식해 LCC간 경쟁보다는 대형 항공사(FSC) 시장의 빈틈 찾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따라 항공업계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틈새를 노려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CC는 엔데믹에 따른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앞서 진에어는 지난 17일 지난해 매출 1조2772억원, 영업이익 1816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매출은 전년대비 무려 11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도 14%로 역대 최고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른 항공사들의 경우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으나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공 매출은 1조6734억원, 티웨이항공은 1조319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도 지난해 1~3분기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연간 실적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에어프레미아도 지난해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엔데믹에 따른 항공 수요 확대와 공급·수요 불균형에 따른 항공권 가격 상승 등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사 국제선 여객은 4720만명으로 전년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6049만명)과 비교하면 약 78% 수준까지 회복한 셈이다. 여기에 늘어나는 해외 여행객 대비 공급석이 부족해 항공권 가격이 치솟으며 수익성도 개선됐다.

다만 LCC 업계는 이같은 호황이 올 상반기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연초 성수기가 끝난 3월 이후부터는 일본과 동남 등 주력 노선의 경우 다시 과잉 경쟁으로 항공권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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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혈 경쟁 피하며 살 길 모색

앞서 코로나19 직전 국내 LCC 경쟁이 극에 달하며 ‘0원’ 항공권이 나오는 등 ‘제 살 깎아먹기’로 수익 악화를 겪은 이력이 있는 만큼, LCC 업계는 이제는 출혈 경쟁을 피해 다른 길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타 항공사 대비 많은 항공기를 바탕으로 일본·동남아 노선 위주로 몸집을 키워나가는 한편, 최근 아시아나 화물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다른 여객 노선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화물 사업의 경우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입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 화물사업의 경우 코로나 19 이전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 알짜 사업인 만큼 제주항공이 인수하면 회사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제주항공은 연말에 화물 전용 2호기를 도입하면서 동북아시아 지역 전자상거래·반도체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기로 계획했다.

티웨이항공은 LCC 중 빠르게 중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선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전에 중대형기 도입을 결정하며 유럽 노선 취항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이전에 국내 LCC들이 일본과 동남아 노선에 치우쳐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유럽 노선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국내 LCC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분배될 중장거리 노선 획득을 위해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섰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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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 중대형기 ‘A330-300’을 도입하며 싱가포르, 호주 등 중거리 노선 위주로 확대했고, 올해는 해당 기종을 추가로 2대 도입하며 유럽 크로아티아 노선 취항을 준비 중이다.

이같은 전략으로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따라 유럽 노선이 배분될 경우 티웨이항공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주 시장에 집중하면서 장거리 항공사로 도약에 나선다. 에어프레미아는 앞서 미국 LA, 뉴욕 노선에 취항한 바 있으며 올해는 샌프란시스코까지 운항할 계획이다.

통상 국내 LCC는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했으나,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노선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전략으로 해 빠른 속도로 제 궤도에 올랐다.

에어프레미아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는 12개 노선에서 2432편을 띄워 총 67만1483명을 수송했다.

노선별 수송객수를 보면 미국 LA가 15만86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나리타(14만6000여명), 방콕(10만6700여명), 호찌민(7만3100여명), 뉴욕(7만700여명), 프랑크푸르트(5만6500여명), 싱가포르(2만6100여명), 바르셀로나(1만9400여명) 순이다.

특히 FSC 외엔 대안이 없던 LA와 뉴욕 노선에서 22만9300여명을 수송하며 점유율 11.6%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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