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회장, 작년까지 전국 대리점 간판 교체 약속했으나 무산···교체 비용 놓고 사측과 대리점 갈등 빚어
KGM “간판업체 일정 및 건물주, 건물 이전 등 겹쳐”
영업점 “판매난에 인센티브 축소로 언제 접을지 모르는 마당에 1000만원 넘는 비용 부담 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곽재선 KG모빌리티(이하 KGM) 회장이 사명 변경후 작년 말까지 기존 영업점 간판을 모두 교체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새해가 됐지만 아직 국내 KGM 영업점 중 상당수가 쌍용자동차 간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기준 서울 강북에 위치한 한 대리점과 경기도 대리점 2곳 등이 아직까지 쌍용차 간판을 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위치한 일부 KGM 대리점 간판이 아직도 이전 쌍용차 것을 유지하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지난 15일 서울시와 경기도에 위치한 일부 KGM 대리점 간판이 아직도 이전 쌍용차 것을 유지하고 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앞서 곽재선 KGM 회장은 작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영업점 간판을 모두 KGM으로 교체하겠다고 한 바 있다.

KGM도 지난해 말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200여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연내 KGM 로고로 모두 교체하고, 추후 부품 및 서비스네트워크도 순차적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GM 측은 “간판 업체에서 일감이 몰려 한번에 다 소화하지 못해 일정이 지연됐다”며 “또한 서울시는 지침상 간판 교체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워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으며 건물주와의 협의, 대리점 위치 이전 등도 겹쳐 모든 대리점 간판을 바꾸진 못했다”고 해명했다.

KGM 측에서 밝힌 교체비율은 약 80%이며, 서울시의 경우 다른 지역 대비 비율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곽재선 KGM 회장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기존 이름을 버리고 지난해 3월 KG모빌리티로 공식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인수 당시 쌍용차 이름 대신 KG모빌리티로 바꾸겠다고 하자 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쌍용차는 지난 35년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로 국내에서 이름을 알렸는데, 일반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한 KG그룹 브랜드를 사용할 시 마케팅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곽 회장은 KGM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새 사명을 알리기 위해 작년까지 전국 모든 영업점 간판을 교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 / 사진=박성수 기자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 / 사진=박성수 기자

업계에선 간판 교체 비용 등을 두고 대리점 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일정이 지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KGM은 대리점들에게 일방적으로 간판교체를 할 것을 요구했으나, 간판 교체 비용 등이 정해지지 않아 판매대리점협의회를 중심으로 반발했다. 본사에서 구체적인 비용이나 조건 등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간판 교체를 강요하자 구체적인 안을 내놓으라고 맞선 것이다.

이에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비용이나 조건 등을 정한 공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1개월 만에 전국 영업점 간판을 다 바꿔야 하게 된 셈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KGM에선 간판 교체 비용을 m당 90만~100만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0m짜리 간판을 교체하면 1000만원, 20m는 2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KGM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대신 조건을 내걸었다. 간판 교체 후 6년이 지나면 대리점을 접더라도 본사에서 전액 부담하나 3년~6년 이내는 50%, 3년 이내는 100% 대리점에서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판매 부진과 인센티브 축소로 영업점 존속을 고민하고 있는 영업점주들 입장에선 간판 교체 비용 부담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KGM 영업점 관계자는 “사명 변경을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했으면서, 그에 대한 비용을 영업점이 떠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아직도 KGM이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항상 쌍용차를 붙여서 말하는 것도 속상한데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영업점 관계자는 “KGM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영업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예전대비 인센티브도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간판 교체 비용 관련해선 현재 협의회 차원에서 공정위에 제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업점은 최근 KGM 내수 판매 부진에 따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KGM 전체 판매는 11만6428대로 전년대비 2.2% 늘었으나, 이는 해외 판매가 늘어난 덕이다. 작년 KGM 해외 판매는 5만3083대로 전년대비 17.2% 늘었으나, 내수 판매는 6만3345대로 전년대비 7.7% 줄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내수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KGM을 비롯한 중견 3사 비중이 갈수록 줄었고, 이에 따라 영업점들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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