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한국사업장, 미국차 늘려나며 글로벌 기업 이미지 강조···한국보다 GM 부각
KG모빌리티, 쌍용차 엠블럼 제거 등 소극적 변화···내실 다지기 집중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GM한국사업장과 KG모빌리티가 기존 한국GM, 쌍용자동차에서 명칭을 변경한 가운데 실질적인 변화에선 속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GM한국사업장은 수입 모델을 늘려가는 동시에 ‘하우스오브지엠(House of GM)’ 을 열며 미국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외형 변화보단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더딘 변화 속도를 보인다. 

미국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GM한국사업장.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는 KG모빌리티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미국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GM한국사업장.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는 KG모빌리티.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12일 업계에 따르면 GM한국사업장은 미국 브랜드로 정체성을 다져가고 있다. 그간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라는 이미지와 미국 수입차 업체라는 이미지가 섞여 있었는데,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GM한국사업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주로 판매되는 풀사이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호’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초엔 GMC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를 선보였다. 두 차종은 각각 현대차 팰리세이드, KG모빌리티 렉스턴 스포츠 칸보다 한 단계 큰 차종으로 국내에선 판매되지 않는 크기의 차량이다. 

국내 생산 차종은 2종으로 줄었다. 현재 국내 생산 모델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에 불과하다. 기존 말리부와 스파크는 지난해 단산된 이후 지난 5월부턴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고 있다. 

최근엔 ▲쉐보레 ▲GMC ▲캐딜락 등 GM그룹 소속 브랜드를 한 데 묶어 전시하는 하우스오브지엠도 열었다. 하우스오브지엠은 GM을 강조하기 위한 GM한국사업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GM에서 GM한국사업장으로 명칭을 바꾸며 한국보단 ‘GM’을 앞세웠는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GM 소속 브랜드를 엮어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쉐보레, GMC, 캐딜락이 한 공간에 모인 하우스오브지엠. 지난달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열렸다. / 사진=GM한국사업장
쉐보레, GMC, 캐딜락이 한 공간에 모인 하우스오브지엠. 지난달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열렸다. / 사진=GM한국사업장

GM한국사업장 관계자는 “그간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이분화된 정체성을 하나로 통일하고 있다”며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또한 국산으로 구분하지 않고 다 같은 GM의 차량으로 보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GM한국사업장이 미국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갈 경우 향후 차량 판매에 있어서 이점이 있을 수 있다. 현대차·기아에 밀리는 국내 2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될 경우 판매에 유리해진다. 

KG모빌리티의 경우 쌍용자동차에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렉스턴 아레나 및 신형 티볼리 등엔 기존 쌍용차 ‘쓰리써클’ 엠블럼이 제거되고 ‘윙’ 엠블럼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 외 별다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윙 엠블럼은 기존 수출용 모델에 들어가던 로고로, KG모빌리티를 상징하는 로고라고 보긴 어렵다. 

현재 전시장 등 간판 역시 기존 쌍용차 간판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대중들에게도 아직까진 KG모빌리티가 친숙하지 않은 분위기다. 

KG모빌리티 전시장 간판. 아직 쌍용자동차 간판이 달려있다. / 사진=유주엽 기자
KG모빌리티 전시장 간판. 아직 쌍용자동차 간판이 걸려있다. / 사진=유주엽 기자

KG모빌리티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은 기존 쌍용차의 역사를 이어가는 동시에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존 쌍용차과 완전히 절연하지 않고 서서히 바뀌는 페이드아웃(Fade out)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판 등을 바꾸는 데 비용을 사용하기보단 차량을 연구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는 단순 자동차 판매 업체를 넘어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탑재된 미래 모빌리티 판매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앞세웠다. 다만 이러한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KG모빌리티는 ▲O100 ▲F100 ▲KR10 등 콘셉트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지만, 구체적인 출시 일정 및 신기술 탑재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로선 올해 하반기 토레스 기반 전기차 출시만 예정돼 있다. 

한편, 양사의 변화에도 일각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GM한국사업장의 경우 그동안의 노력에도 여전히 GM대우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G모빌리티와 관련해선 기존 쌍용차의 이미지가 SUV 전문 업체에 좀 더 어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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