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스팸 유통량 1억건 돌파
정부 제도 개선 ‘지지부진’
수익에 방점 둔 통신사 영업 방식 지적도

불법 스팸 문자 유통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이용자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불법 스팸 문자 유통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이용자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 이미지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작년 상반기 이용자들이 받은 불법 스팸 문자가 ‘1억건’을 돌파했다. 개인별 편차는 있지만, 상당수 이용자가 하루에도 적게는 십수건, 많게는 수십건의 스팸 문자를 받는다. ‘부고’, ‘주식 종목 추천’, ‘건강검진 진단서 발송’ 등 이용자를 꾀는 유형도 지속 발전했다. 이에 2편에 걸쳐 국내 불법 스팸 유통 현황 및 이용자 피해 사례를 조명하고, 스팸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한 정부와 사업자 간 협력 확대 필요성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 직장인 신아무개씨(36)는 최근 “아버지께서 금일 아침에 별세하셨기에 상가 알려 드린다”며 장례식장 주소를 URL로 첨부한 문자를 받았다. 처음 보는 번호였지만, 지인의 형제가 보낸 문자로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URL을 눌렀다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다.

# 직장인 성아무개씨(31)는 요즘 “A 종목 28%, B 종목 23% 적중”이라며 다음 종목을 공개한단 내용의 URL이 포함된 문자를 하루 평균 15건 이상 받고 있다. 매번 스팸 신고 및 문자 삭제를 하고 있지만, 문자 수신량은 전혀 줄지 않았다.

주식 종목 권유, 부고, 택배 배송 등을 안내하는 유형의 불법 스팸 문자가 지난해 상반기 1억1000만건을 돌파해 스마트폰 이용자 피해를 키웠다. 윤석열 정부가 ‘불법 스팸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용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 중이지만, 불법 스팸 유통량 증가 발표 외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탓에 이용자 피해만 커졌다. 전문가들은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통신사업자들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불법 스팸 문자 발송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상반기 이용자로부터 신고받거나 자체적으로 탐지한 스팸 문자는 총 1억1034만건에 달했다. 전년 하반기(2681만건)보다 311.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용자들이 가장 많은 불법 스팸을 수신하는 스팸 문자는 1억89만건으로 전년 하반기(1277만건) 대비 690.1% 증가했다.

스팸 문자 중 97.3%는 대량문자 발송서비스를 통해 발송됐고, 이 중 83.1%가 국내에서 발송됐다. 사업자별로 보면 스탠다드네트웍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5.7%(건수 기준 작년 하반기 대비 1789%↑)로 가장 높다. 이어 다우기술(24%, 하반기 대비 476%↑), KT(13%, 하반기 대비 199%↑), 젬텍(9.2%, 하반기 대비 584%↑), LG유플러스(6%, 하반기 대비 668%↑), SK브로드밴드(1.9%) 순으로 집계됐다.

관련업계는 이같은 스팸 유통량 확대는 스팸 문자 신고 방식이 과거 대비 쉬워진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메시징업계 관계자는 “피처폰 시대와 비교해 신고가 편리해지다 보니 불법 스팸 유통량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불법 스팸의 기준이 더 모호해졌다”며 “과거엔 불법대출, 도박·게임, 불법의약품, 성인 등 4대 유형을 기준으로 관리하고 제재를 가했다면, 지금은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신고를 접수하면 불법 스팸으로 분류된다. 현재 4대 악성 스팸은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유사투자자문이란 유형으로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익을 내야 하는 통신사들이 사실상 불법 스팸 문자 유통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불법 스팸 문자 발송으로 통신사가 최소 건당 80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IT업계 전문가는 “통신3사 입장에서 본업인 통신 시장이 정체돼 있는데, 수익을 내기 쉬운 불법 스팸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겠냐”며 “불법 스팸 시장 규모 자체가 적지 않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해야 하는 사업부서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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