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변화·지정학적 갈등 지속
한국 업체들, 치열하게 고민·대응해야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해는 전기차의 과도기적 흐름이 나타나 ‘차종 전쟁’이 치열했던 해다. 특히 후반기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는 등 차종간 주도권 싸움이 진행됐다.

또한 '반값 전기차'가 화두가 되면서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제작사의 대중 모델에 대한 가격 하락이 크게 나타나는 흐름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속한 형국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중모델에 대한 가격 하락이 줄 잇고, 더욱 낮은 가격의 신차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충전 인프라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조밀하게 설치될 것이고 가성비 좋은 전기차가 다양하게 출시되며 현재 주춤한 전기차 판매고가 올라갈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춤한 상태가 수년 간 이어지면 제작사들이 이를 숨 고르는 기간으로 두고 전기차의 각종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미래차 부품 준비, 정비 등 자동차 애프터마켓 분야의 경착륙, 전기차 화재 등 부정적인 요소 등을 제거하는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배터리사의 준비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숨고르기 기간인 만큼 배터리 공장 준공, 건설 등의 시기조절은 각지 특성에 맞추어 원하는 차종에 대한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준비 절차도 중점 추진될 수 있다.

올해는 어떠한 부분의 변화가 크게 일어날까? 우선 전기차의 흐름은 ‘반값 전기차’ 구현을 위한 신형 전기차의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더욱 낮아진 전기차 모델이 잇달아 출시되고, 낮아진 판매실적을 늘리기 위환 전략이 따를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더욱 다양한 신형 전기차가 출시되고 조금은 낮아진 보조금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와 치열한 판매 다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전기차만 있는 만큼 낮은 가격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반면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는 물론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차 등을 다양하게 섞으면서 글로벌 지역 특성에 맞는 차종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같은 최고 영업이익률을 가져갈 것으로도 예상된다.

두 번째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지역적 판매 중단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특히 러시아 시장은 향방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만큼 현지공장 매각과 함께 매각 조건에 따라 추후 재진출을 하는 고민은 추후 진행될 것이다.

중국 시장은 이미 많은 제작사들이 떠나고 있어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시진핑 리스크’가 커지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시장인 만큼 미중간의 경제 갈등과 함께 자금 철수가 가속화할 것이다. 서방과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도 최소한의 시설만 남기고, 최대한의 판매를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만 비상시 철수할 수 있는 별동 시장으로의 준비는 확실히 이뤄질 것이다.

글로벌 시장 속 중국 시장의 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고, 사이에 낀 한국이 고민할 것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배터리 원자재를 비롯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등 다양한 품목을 중심으로 한국의 위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확실한 준비가 요구되는 시기라는 뜻이다.

셋째로,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주도권이 더욱 강햐질 것이다. 물론 마이너 3사의 신차 출시 등 노력은 계속되겠지만 8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 중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역할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수입차 시장은 점유율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올해부터 시작된 법인차용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고가 수입차 시장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BMW, 벤츠 등의 1~2위권 확보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토요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세도 지속될 것이다. 이미 가성비 높고 인기 많은 하이브리드차를 기반으로 수입차 시장에서 큰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3~4위권을 놓고 안전의 대명사 볼보, 전기차의 혁신 아이콘인 테슬라, 토요타 및 아우디 폭스바겐 등이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넷째로 자국 우선주의 및 지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필두로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최근 더욱 강력한 프랑스 녹색산업법도 시행됐다. 일본도 본격 유사 제도가 구축되고 있고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도 원자재를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시작되고 있다.

중국은 예전부터 노골적인 지원제도가 있었고 현재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자국의 유리한 원자재를 중심으로 미국과 경제전쟁 중에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수출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 더욱 어려운 국제관계를 마주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도 유사한 자국 우선주의 규제를 강조한다. 하지만 시장이 작고 원자재 확보도 오직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국 우선주의로 얻는 이득보다 잃는 손실이 수십 배 크다. 이 가운데 최근 무역 현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다섯째, 글로벌 시장 중의 하나인 미국 시장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상용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받던 IRA를 기반으로, 올해 중후반부터 조지아 현대차 전용 전기차 공장에서 제작되는 전기차 모두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앞세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전기차 판매율을 본격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반이 시작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전기차 판매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째, 중국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요소 문제도 그렇고, 게르마늄이나 갈륨비소 등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원자재인 흑연도 수출허가 품목으로 지정됐다. 중국발 전략물자를 통한 정치적 규제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의 장점인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을 기반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총체적인 준비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일곱째, 국내 산업공동화 현상과 해외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겹쳐 산업 기반이 해외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노조의 파업 우려는 해외에서 더욱 유명한 강성 노조의 움직임으로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가장 걱정되는 문제점으로, 분명히 해결돼야 한다. 사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 조성의 책임은 정부, 국회 등에 있다.

2024년은 매우 고민스러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내일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정확한 판단이 중요한 한 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불확실한 시장과 각종 전쟁 등도 불안한 요소인 만큼 제대로 된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활성화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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