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LED 핵심’ 에피칩 인프라 턱없이 부족
애플워치 출시 전까지 기술·인프라 확보 관건

삼성전자의 89형 마이크로 LED TV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89형 마이크로 LED TV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시장 개화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90% 점유율로 우세인 국내 패널업체들이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그간 OLED 경쟁력에 집중하며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해 왔는데, 새롭게 열리는 마이크로LED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단 지적이다.

28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LED 패널 원가가 향후 2년 안에 기존 대비 1/10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스마트워치에 마이크로LED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소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시장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후 TV 등 세트업체에도 가격 인하가 반영되면서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마이크로LED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LED는 OLED 대비 신축성, 신뢰성, 휘도(밝기) 등 모든 측면에서 우수성을 지녀 웨어러블 기기 등 소형 디스플레이부터 TV용 대형 디스플레이까지 프리미엄 제품에 더 적합하단 평가를 받는다. 오는 2026년 스마트워치를 시작해 2029년 스마트폰에도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오는 2026년 스마트워치를 시작으로 적용 본격화 전망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마이크로LED가 모든 제품군에 완전히 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장규모는 올해 3500만달러(약 452억원) 수준에서 2026년 스마트워치용을 중심으로 6억400만달러(약 7795억원)까지 오를 전망이며, 2029년부터 스마트폰에 도입이 활발해지면 65억7500만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TV와 노트북 탑재 비중도 높아지면서 120억6300만달러(약 15조 6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패널 원가를 1/10 줄일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시장에서 보편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며 “세트에 반영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부품업체는 그 시기를 앞으로 2년 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구조 /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구조 /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국내 패널업체들도 마이크로LED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대표 패널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기술 및 인프라 투자가 그간 OLED에 치중돼왔기 때문이다.

특히, LED 제조공정의 핵심 소재인 에피칩과 관련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 전략이 부족하단 지적이다. 에피는 LED 기판인 사파이어웨이퍼 위에 질화갈륨(GaN)층을 얇은 막으로 증착할 때 사용하는 소재다. 에피웨이퍼를 잘게 쪼개면 LED 칩이 된다.

박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디스플레이 PD는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과거 액정디스플레이(LCD)의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LED에 대해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자 본격적인 투자를 그만두고 빠르게 OLED로 방향을 틀었다”며 “그러다 보니 마이크로LED에서 기초 기술이 약하고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2026년 스마트워치 출시 전까지 인프라 확보해야“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이미 OLED에만 10조원 가까이 투입해 라인을 다 깔아놨으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OLED 시대가 유지될수록 돈을 계속 벌 수 있는데 마이크로LED가 튀어나와 난처해진 상황”이라며, “마이크로LED 시장을 여는 건 결국 세트 메이커인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이 속도를 늦추고 싶을 테지만, 애플이 스마트워치에 도입을 시작한다면 패널업체들도 그 타임 스케줄에 맞춰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로LED 인프라는 OLED 상용화 실패로 일찌감치 개발과 투자에 나섰던 대만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관련 잘 구축했단 평가다. 애플은 지난 2019년 대만 에피스타, AUO와 협력해 현지에 마이크로LED 공장 건설을 위한 약 43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애플은 에피스타와 에피웨이퍼를, 독일 오스람과 에피칩을, 전사는 2014년 인수한 럭스뷰와 협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대만 폭스콘의 디스플레이 계열사 이노룩스가 마이크로LED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일본 LCD 전문업체 샤프를 인수하는 등 마이크로LED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제이드버드디스플레이(JBD)가 올 10월 현지에 마이크로LED 패널 생산을 위한 공장 1기 준공을 완료했다. JBD는 증강현실(AR)·혼합현실(MR)용 초소형 마이크로LED 개발에 주력하는 업체로, 지난 2021년 삼성벤처투자가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PD는 “애플의 마이크로LED 도입과 관련해서 가장 관건이 에피웨이퍼를 갖고 칩을 어디에서 양산할 건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현재까지 대만이 좀 빠르게 움직였는데 사실 거기도 아직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마이크로LED가 탑재된 애플워치 출시를 2026년으로 보고 있는데 그 안에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해서 인프라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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