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직급 간부사원, 노조 가입 거부당하자 노조 상대 소송해 2심서 승소
항소심 “직급·직책 따른 일률적 거부 안 돼”···1만7천명 노조 가입 길 열려
원고 ‘간부사원 취업규칙’ 무효라며 회사 상대 민사소송도···영향 불가피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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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도 노동조합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지를 놓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린다.

현대자동차 간부사원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따라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정년·연차·수당 등에서 입은 손해를 보상하라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오는 28일 현대차 차장급 직원 출신 현승건씨가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를 상대로 낸 조합원 지위확인소송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그간 현대차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과장급 이상의 노조 가입을 제한해 왔다. 노조 조합원이라 하더라도 과장으로 승진하면 자동으로 노조에서 탈퇴해야 했다.

문제는 2004년 회사가 기존 취업규칙 이외에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따로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간부사원들은 이 취업규칙에 따라 연·월차 발생 및 수당 등에서 종전보다 손해를 봤다. 이에 직원들이 승진을 기피하는 등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현씨는 2015년 현대차지부에 조합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승인이 거절되자 울산지법에 조합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판단은 갈렸다. 1심은 간부사원들이 조합원들에 대한 인사권·업무지시권·감독권을 행사할 우려가 있으므로 노조 가입 자격요건이나 노조 집행부 선거권 제한 등 구체적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현대차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노조 가입 자격이 일정한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결정되어선 안 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조합이 조합원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근로자의 조합 가입을 함부로 거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조합가입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가입신청에 대해 승인을 거부할 수 없다는 법리(대법원 96다28899 판결)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현씨가 차장이라도 인사·급여·후생관리·노무관리와 무관한 차량출고 업무를 맡는다는 점,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조합가입승인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반직지회 조직형태나 운영방식에 관한 세부규정 마련이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조합원으로서 권리·의무의 한계 설정에 관한 논의가 미흡하다는 사정은 원고의 책임이 아닌 점 ▲과장급 이상 직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더라도 향후 업무내용 및 직무권한 등의 변경으로 조합원 결격 사유가 발생한 경우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시킬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

이 판결이 원고 승소로 그대로 확정되면 현대차 과장급 이상 직원 1만7000여명의 노조 가입 길이 열리게 된다.

특히 이 사건은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따라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정년․연차․수당 등에서 입은 손해를 보상하라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씨를 포함해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일반직지회(피고인 현대자동차지부와 별개)에 가입했던 간부사원들은 ‘간부사원 취업규직’ 정년규정 만 58세를 적용받고 퇴직함에 따라(종전 취업규칙 정년규정은 만 60세)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과 연월차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계속 소송 중이다.

관련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권 남용이 없는 한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유효성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현씨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에 근거해 간부사원규칙은 효력 없는 취업규칙이므로 원고는 종전 취업규칙 근로조건을 적용받아야 하고, 종전 취업규칙 근로조건은 단체협약 근로조건과 동일하다”면서 “만약 조합원 자격이 없어 단체협약 근로조건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회사의 주장이 맞는다면, 간부사원들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또는 종전 취업규칙 어느 것도 적용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결국 현대차와 노조의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씨는 노조 측과 자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지난 21일 대법원에 선고 유예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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