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노력에 허가 획득 성공···당초 IVIG-SN 5% 제품에서 10% 제품으로 전략 수정
미국 시장서 IVIG-SN 10% 판매 업체 7개···현지법인이 알리글로 등재와 유통 추진 
업계 “GC 바이오파마 USA 체제 정비 필요”···실적 부진 GC녹십자에 호재 발생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GC녹십자가 8년간 노력 끝에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녹십자가 내년 하반기 미국 시장 진입을 예고한 가운데 향후 5년 내 13조원 시장의 3%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어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간) FDA로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IVIG-SN) 10% 제제다. 당초 GC녹십자가 FDA 허가를 노렸던 품목은 면역글로불린 5% 제품이었다. 실제 지난 2015년 FDA에 IVIG-SN 5% 제품 허가를 신청한 녹십자는 2016년 11월 FDA로부터 제조공정 자료 보완을 지적 받은 데 이어 2017년 9월 제조공정 자료 추가 보완 요청을 받음에 따라 전략을 수정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녹십자는 2020년 IVIG-SN 10% 알리글로 임상 3상을 종료한 후 2021년 2월 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FDA로부터 허가 연기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1년 4분기 진행한 비대면 평가 대신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올 4월 FDA 실사단으로부터 실사를 받은 후 협의를 거쳐 7월 허가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올 7월 허가신청서를 다시 제출하기 전 이미 FDA 실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큰 결격사유가 없었기에 FDA가 한 달 가량 빠르게 승인 통보를 해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2010년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GC녹십자가 FDA에 처음으로 IVIG-SN 허가를 신청한 시점이 2015년이므로 8년간 도전한 셈”이라며 “그동안 허은철 대표 등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에 향후 GC녹십자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입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일단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13조원(104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자가면역질환 증가로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은 다케다와 CSL베링, 그리폴스 등 점유율이 높은 상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IVIG-SN 10% 제제를 판매 중인 기업은 7개로 집계된다.     

GC녹십자는 내년 하반기 국내 오창공장에서 생산한 알리글로를 수출,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 매출 목표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향후 5년 내 미국 시장 3%를 점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 시장에서만 40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GC녹십자의 5년 내 미국 시장 3% 점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쉽지 않다”며 “단, 그동안 녹십자가 혈액제제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충분히 목표로 세울만한 수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GC녹십자 목표를 미국에서 수행하며 알리글로 판매 거점 역할을 맡은 조직은 ‘GC 바이오파마 USA’다. 녹십자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알리글로 등재 및 정식 출시를 목표로 준비작업을 자회사인 GC 바이오파마 USA가 총괄하게 된다”며 “향후 물류업체 및 유통업체와 계약한 후 현지에 알리글로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알리글로 FDA 허가를 예상했던 GC녹십자는 지난해 5월 미국법인 사명을 ‘GC 목암’에서 GC 바이오파마 USA로 변경하는 등 준비를 진행해왔다.

GC 바이오파마 USA 대표는 이우진 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장이 겸직하는 상태다. 참고로 지난 2016년 8월 설립된 GC 바이오파마 USA는 올 들어 매출이 없고 상반기 말 기준 1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이제 알리글로도 허가를 받았으니 GC 바이오파마 USA도 별도 대표를 임명, 독자적으로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결국 알리글로 FDA 허가를 따낸 GC녹십자는 이제부터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작업을 차분하게 진행해야 할 시점으로 분석된다. 미국법인 GC 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알리글로의 현지 등재와 유통을 추진해야 목표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올해 경영실적이 부진했던 GC녹십자에게 FDA가 선물을 줬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알리글로 허가 시점이 절묘했다”며 “이번 허가를 계기로 녹십자가 내년에는 부진을 탈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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