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매출 14.5% 성장, 헌터라제 수출 호조···영업익도 18,4%↑, 영업익률 8.0%
10개월간 FDA 알리글로 실사 일정 미확정···업계 “허가 추진, 효율적 진행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허은철 GC녹십자 대표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 증대와 ‘헌터라제’ 수출 확대 등 성과를 거뒀다. 반면 ‘알리글로’의 미 FDA(식품의약국) 허가는 지연되고 있어 내년 추이가 주목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허은철 대표는 GC녹십자 창업주 고(故) 허채경 명예회장 손자이자 고 허영섭 전 회장 차남이다. 오너 3세 허 대표는 서울대 이과대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에서 식품공학 박사 과정을 다녔다. 지난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한 그는 녹십자 R&D기획실 전무, 녹십자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5년부터 회사 대표를 맡아 경영하고 있다. 올해가 대표 8년차로 임기 3년씩 3연임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 사내이사 임기 종료일은 오는 2024년 3월이다.
GC녹십자 매출은 지난 2016년 허 대표가 단독대표를 맡은 뒤 증가 추세가 지속됐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 2998억원 매출을 달성, 전년대비 14.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037억원을 올려 18,4%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 증대는 처방의약품 판매 호조와 백신, 혈액제제 사업의 고른 성장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의약품 등 제조 및 판매 부문이 1조 11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0억원 늘었다. 혈액제제류 3057억원(전년대비 155억원 증가), 일반제제류 2814억원(360억원 증가), 백신제제 2062억원(133억원 증가) 등이다. GC녹십자가 개발한 희귀질환치료제 헌터라제는 글로벌 시장 매출과 내수 시장 호조가 눈에 띄는 품목이다. 러시아와 알제리, 이집트, 터키, 브라질, 일본 등에서 판매 중인 헌터라제는 지난해에 비해 수출 실적이 31% 성장했다. 내수 시장에서도 올 2분기에만 전년대비 2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제고를 위한 회사 노력도 결실을 맺고 있다. 실제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8.0%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3.3%, 2021년 4.8% 실적과 비교하면 급성장이 확인된다. 주력 품목 호조 외에도 최근 수년간 GC녹십자는 판매관리비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왔다는 입장이다. 회사 판관비율을 보면 2020년 26.0%, 2021년 29.1%, 올 3분기 누적 27.1%를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년 4분기 관행적으로 GC녹십자 영업이익이 낮았지만 지금까지 회사 영업이익률 수치를 보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라며 “판관비 개선을 더 추진하면 이익률이 10%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 증대에도 불구하고 알리글로의 미 FDA 허가가 지연되는 점은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올 2월 미국 FDA로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관한 최종보완요구서(CRL)를 통보 받았다. CRL을 통해 FDA는 충북 오창에 소재한 GC녹십자 혈액제제 생산시설 현장실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FDA와 소통, 현장실사를 마친 뒤 허가 심사를 다시 받기로 했지만 이날 현재 실사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알리글로의 미 FDA 허가 지연과 관련, 업계가 지적하는 부분은 미국 현지에 허가 관련 업무를 추진할 대행업체나 관계사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상위권 제약사들이 신약 기술을 이전한 다국적 제약사나 지분을 확보한 관계사 또는 대행업체를 통해 FDA 허가를 추진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GC녹십자는 미국법인 ‘GC 바이오파마 USA’를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 사업 거점 역할을 수행하며 FDA 허가는 본사 부서가 전담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이 제약업계 화두인데 가장 중요한 알리글로의 미 FDA 허가를 본사 부서가 담당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본사 외에도 미국 현지에서 허가 업무를 맡을 전문인력이나 업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년 1분기에는 FDA 현장실사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가 자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GC녹십자는 실사에 이어 허가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미국 시장 진출계획까지 수립했다지만 지금은 실사에 비중을 두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허 대표가 올해 공을 들였던 알리글로 FDA 허가는 올해를 넘겨 내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회사 예상대로 내년 1분기 현장실사에 이어 허가를 획득할 경우 허 대표 회사 입지나 영향력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알리글로 허가 절차가 계속 지연되거나 불발되면 허 대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FDA 허가 추진 작업이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업계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안”이라며 “GC녹십자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 가시적 성과를 올리도록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