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침체 못견뎌 법원행
수도권 아파트 매물도 급증
“고금리·대출 규제 여파로 관망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저축은행, 대부업체, 캐피탈업체 등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무리한 대출로 이자 납입과 대출 상환까지 어려워진 매수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15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의 채권자가 저축은행. 대부업체, 캐피탈업체인 경우는 367건을 기록했다. 2021년 1월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채권자가 저축은행 등인 경우는 2021년부터 올 1월까지 줄곧 200건 미만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201건을 기록한 뒤 6월 300건을 돌파했다. 10월은 397건으로 400건에 육박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경매 물건의 상당수가 무리한 대출로 아파트를 매수한 영끌족 물량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를 매수할 때 받는 주택담보대출은 시중은행 등과 같은 1금융권을 통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보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중은행 대출만으로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이들은 대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2금융권과 사금융업체에까지 손을 벌린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영끌족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수도권 소재 아파트가 경매로 나오는 숫자도 급증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건수는 지난해 12월 584건 수준이었지만 올 4월 747건을 기록한 데 이어 8월 821건, 10월 991건으로 앞자리를 연달아 갈아 치웠다. 이 같은 증가세가 계속되며 지난달엔 무려 1158건을 기록했고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에선 가계 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끌 비중이 높은 2030세대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최근 오름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9%로 집계됐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전년 동기(0.24%)보다 0.15% 포인트 급등했다.

또 30대 연체율은 0.20%로 20대 이하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1년 전(0.09%)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일반적으로 경매 신청 후 최초 경매 진행까지 6개월 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경매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아파트 경매 물건이 쌓이고 있지만 모든 경매지표는 하락세다. 집값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다. 낙찰가율은 80.8%로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낙찰률은 37.8%로 전달(39.8%) 보다 2% 포인트 떨어졌고, 평균 응찰자 수는 0.3명이 줄어든 6명으로 집계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그동안 특례보금자리론이 수요를 이끌었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이 지난 9월 중단된 데 이어 우대형도 내년 1월 중단될 예정”이라며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DSR) 규제가 여전해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이자를 버티지 못해 경매에 나오는 물건과 전세사기 관련 매물도 대기 중이라 매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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