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한은 ‘예의주시’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고금리 경향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간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은행권의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도 부실 위험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내년 부동산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권의 건설·부동산 업종 대출의 부실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건설업종 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 총 23조2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0조3915억원)과 비교해 14%(2조8472억원) 크게 늘었다. 2년 전 대비론 46%(7조2683억원) 불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이 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11월 말 건설업종 대출 중 원리금 상환이 1개월 이상 밀린 부분(연체액)은 1051억원으로 작년 말(524억원) 대비 2배에 달했다. 2년 전인 2021년 말(330억원)과 비교해선 3.2배에 달한다. 이에 연체율도 2021년 말 0.21%, 2022년 말 0.26%에서 올해 11월에는 0.45%까지 올랐다.
부동산 PF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5대 은행 잔액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 18조2404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26%(3조7917억원) 늘었다. 물론 연체율은 아직 0%에 가까운 수준이다. 더구나 은행의 PF 대출은 대부분 선순위 보증로 이뤄진 것이기에 부실이 발생해도 은행이 입을 타격은 크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다시 냉각되고 있기에 안심할 순 없다는 것이 시중은행의 입장이다.
시중은행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6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 부실 징후 사업장 등에 대해 현장 실사 등 강도 높은 주기적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정상 진행 가능성이 큰 사업장의 경우 선별적으로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금리도 낮춰줬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PF 심사 가이드라인(침)을 강화했고, PF에 대한 대출 재점검(리뷰)과 기획 감리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한은도 금융권 대출이 부동산·건설 관련 부문에 쏠려있는 문제와 대출 부실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의 ‘업종별 대출 집중도’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재 부동산업의 집중도는 3.3으로 5개 업종(부동산업·건설업·숙박음식·도소매·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출 집중도는 업종별 대출금 비중을 업종별 명목 국내총생산(GDP) 비중으로 나눈 값이다.
한은은 또 전체 금융기관의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현재 1.75%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0.72%) 대비 2.4 배로 치솟은 것이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를 부동산 부문이 주도하지만,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라고 부동산 관련 대출을 금융 불안 요소로 지목했다.